아이가 태어날 때 달고 나온 탯줄과 태반에 들어있는 혈액, `제대혈`. 지금까지 생각없이 버려져온 이 제대혈이 백혈병 등 암과 난치병 치료에 귀중한 역할을 한다.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제대혈 은행 허가제, 기증 제대혈에 대한 예산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제대혈은행은 기업과 병원의 자체 규정을 따랐지만, 민간의 가족 제대혈은행 폐업 등으로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2005년 보건복지부의 제대혈은행 표준업무지침을 바탕으로 제대혈 법이 제정됐다.   제대혈은 아기가 태어나 배꼽이 생길 때, 버려지는 탯줄과 태반에 요구르트병 만큼(70~80ml) 들어있다. 1970년대 말 제대혈에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 세포가 있는 것이 발견되고 1988년 프랑스에서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 시작된 이후, 현재 한국에서도 암이나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에 제대혈이식이 시행되고 있다.  제대혈 은행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가족 제대혈은행’과 공공기관이 제대혈을 기증받아 환자에게 공급하는 ‘공여 제대혈 은행’이 있다. 기증된 제대혈은 필요한 환자에게 보관비용만을 반영한 800만원에 제공되고 있다. 수익은 거의 없는 셈이다.   제대혈 관련법의 본격 시행을 계기로,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공여 제대혈 은행(ALLCODE)의 의료 관리자인 노은연 진단검사의학과 교수(36)를 만나 제대혈 기증의 의미와 제대혈 은행의 역할에 관해 들어봤다. 노 교수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제대혈은행 홍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대혈 은행은 무슨 일을 하나요? 제대혈을 보관, 관리해 필요한 환자가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수 있게 돕습니다. 아기 탯줄에서 채취된 제대혈을 백혈구수·B형간염·조직적합성항원 등의 검사를 한 후 이식에 적합한 것만 모아 냉동 보관하는데, 약 15년까지 보관할 수 있어요. 필요할 때 다시 녹여 조혈모세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식에 적합하지 않은 제대혈 중 세포치료 연구에 사용이 가능한 것을 연구팀에 보내주기도 합니다. -제대혈 기증은 왜 필요하죠?  골수이식이 필요한 환자라면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으로도 치료받을 수 있어요. 기증된 제대혈은 혈액종양환자, 백혈병, 림프종, 퇴행성관절염 등 난치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됩니다. 2006년 보라매 공여제대혈은행(올코드) 개소 후, 약 50여명의 소아암 환자들이 제대혈이식을 받았고, 또 소아환자 수 보다는 적지만 성인환자도 2009년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늘고 있습니다.   비혈연간 조혈모세포이식에 필요한 제대혈은행의 규모를 추산했을 때, 한국인에서는 80%의 환자가 적어도 1명 이상의 조직적합항원 적합제대혈을 찾을 수 있으려면 공여제대혈이 최소한 5만 단위가 필요하다는 통계결과가 있습니다. 올코드 개소 후 5년동안 3만1천여명이 기증해주셔서 현재 2만1천474건의 제대혈이 보관돼있어요. 이가운데 76단위, 53명이 제대혈이식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기증 제대혈보다 가족 제대혈은행에서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가족 제대혈은행에 자기 제대혈을 보관한다면, 본인이나 가족이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데, 조혈모세포이식수술이 필요하지 않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계속 보관만 하게되는 확률이 커요. 기증을 하면 이식에 적합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바로 도움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또한 혈액종양이 발생한 영유아의 경우 그 제대혈에는 이미 분자 수준의 악성변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에 본인의 제대혈이용이 제한적이기도 합니다.      -제대혈을 기증하면 산모나 아기에게 해로운 것은 없나요?  제대혈 체취는 아기의 피를 뽑는 것이 아니에요. 산모와 태아의 몸에서 완전 분리된 탯줄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모나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습니다. 원래 버려지는 탯줄의 혈액을 체취하는 것 뿐이거든요.   -지방에서도 제대혈 기증이 가능한가요? 부산‧경남지역 제대혈은행, 대구파티마 병원 등 기증 제대혈을 받는 곳이 있지만, 올코드처럼 큰 규모로 공여 제대혈을 보관하는 곳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등 서울 근교에서만 기증 제대혈을 받고 있습니다. 채취한 제대혈을 이송하는데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이제 제대혈의 국가적인 관리가 시작됐으니 권역별로 제대혈 은행이 2~3개 더 생기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는 전지역에 11개의 공여제대혈은행이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기증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죠. 일본의 왕세손도 제대혈을 기증했다고 해요. 그에 반해 한국인들은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에 거부감을 많이 가져요. -제대혈은 어차피 버리는 것인데도 기증을 꺼리나요? 가끔 산모들은 `이거가지고 복제하는 거 아니냐` 등의 걱정을 하셔요. 하지만 현대과학에는 그런 기술도 없고, 줄기세포도 여러종류가 있는데 배아세포와 달리 이건 성체세포의 일종이므로 사람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요. 제대혈을 분화시켜서 연골을 만드는 것뿐이에요. 또 유전자 정보를 빼서 뭔가 쓰지 않을 까 걱정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가 연구용으로 제대혈을 내보낼때도 분만 나이와 아기 성별 말고는 개인정보는 다 삭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대혈 기증에 관한 안내 및 동의서`에는 "귀하께서 귀증하신 제대혈 속 아기의 줄기세포는 복제에 이용되지 않습니다"고 적혀있어요. 처음에 제대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가, 설명을 듣고 제대혈을 기증하는 산모들은 주로 `내 아기가 태어나면서 다른사람을 살리기 위한 일을 했다`며 자랑스럽게 생각하셔요. 요즘에는 아빠들도 관심이 많아 부부가 함께 제대혈은행 견학복도를 보고 가기도 해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제대혈은행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하하. 요즘엔 `빵 주나요?` 등의 질문은 안하시더라구요. 처음에는 기증하면 뭐주냐고 많이 물어봤어요. 공여 제대혈은행은 순수기증을 받거든요. 감사차원에서 제대혈기증을 한 아기가 보라매병원을 방문하는 경우 생후 9~12개월에 소아과 상담, B형간염, 항체검사,혈액형 검사,빈혈검사를 무료로 시행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기증하면 나중에 우리가 필요할 때 우선권을 주느냐" 등 의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렇게 가족 제대혈 보관을 원하는 분에게는 기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기증이든 보관이든 제대혈을 채취하는 사람은 너무 적거든요. 우리는 단지 탯줄을 버리려는 사람들만 설득하여 그중의 일부만 기증하게 마음을 돌려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개인보관하는 것도 향후 과학발전을 대비하여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공여 제대혈은행, 상업 제대혈은행 모두 같이 발전하는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제대혈은 버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보관을 하든, 기증을 해서 공적으로 보관을 하든, 제대혈은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미래에는 사용처가 더 많아 질 것이에요. 2007년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도산된 제대혈은행을 보여주고 외국처럼 기증을 하자는 내용의 방송이 나가자, 제대혈 기증이 꽤 늘었죠. 홍보가 되고 어머니들이 커뮤니티에서 의견교환을 하면서 많이 알게 됐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최종편집: 2025-07-31 05: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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