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말기 암 환자에게 ‘마지막 카드’로 여겨지던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전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술이 가능한 암에서도 치료 초기에 투입되고, 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 등과 병용하며 재발을 줄이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데서 우리 몸의 면역을 깨우는 치료로, 다시 환자마다 최적의 면역 전략을 설계하는 치료로 진화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현재를 살펴본다.‘마지막 카드’에서 선제공격의 무기로서울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진료실. 64세 여성 김모 씨는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폐 종괴가 비소세포폐암으로 확인됐다는 말을 들었다. 암은 주변 림프절까지 번져 있었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아 수술이 가능했다. 김 씨는 당연히 “빨리 수술부터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설명은 예상과 달랐다.“수술 전에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먼저 써보겠습니다.” 김 씨에게는 이상하게 들렸다. 면역항암제라면 수술도 못 하는 말기 암 환자에게 쓰는 최신 항암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차례 치료 후 수술로 떼어낸 폐 조직을 검사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영상에서는 종양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병리검사에서는 살아 있는 암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이처럼 면역항암제의 무대가 달라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면역항암제는 다른 치료를 다 써본 진행성 암 환자에게 꺼내는 ‘마지막 카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는 암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시도하고 수술할 수 있는 암에도 사용한다. 목표도 몇 달 더 생존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암을 처음부터 강하게 제압해 재발을 막고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바야흐로 면역항암제 2.0 시대다.면역항암제의 기본 원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 특히 T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PD-1·PD-L1, CTLA-4 같은 면역 관문을 이용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T세포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 브레이크를 풀어 T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수술 전 면역계를 먼저 깨운다최근의 진화는 단순히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암 종류가 늘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첫 번째 진화는 ‘뒤에서 앞으로’다.과거 암 치료의 순서는 비교적 명확했다. 수술할 수 있으면 먼저 수술하고 필요하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추가했다. 면역항암제는 주로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된 뒤 등장했다. 이젠 이 순서가 뒤집히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비소세포폐암이다. 수술 전 항암·면역 병용치료가 기존 항암치료보다 병리학적 완전반응과 주요 병리학적 반응을 크게 향상하고 생존기간도 개선했다고 평가된다. 그럼 왜 굳이 암을 떼어내기 전에 면역 항암제를 쓸까.암 덩어리가 몸 안에 남아 있을 때는 수많은 암 항원이 존재한다. 면역항암제가 이때 T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면 면역계가 다양한 암 항원을 보고 ‘적의 얼굴’을 학습할 기회가 생긴다. 활성화된 T세포는 원래 종양뿐 아니라 몸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르는 미세전이 암세포까지 찾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수술이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전에 면역계를 훈련시키는 치료 과정의 일부가 된 셈이다. 그런 배경으로 면역항암제는 애초에 완치를 목표로 하는 조기암 치료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면역항암제가 ‘죽음을 몇 달 늦추는 약’이라는 초기 이미지에서 벗어나 처음 치료할 때부터 재발과 사망을 줄이는 약으로 움직이고 있다.하나의 무기보다 강한 ‘연합군 전략’암은 하나의 무기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항암화학요법으로 암세포 일부를 죽이면 그 과정에서 암 항원이 노출된다. 면역항암제는 그 항원을 인식한 T세포가 제대로 공격하도록 도울 수 있다. 방사선치료도 종양을 파괴하면서 면역반응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지금의 암 치료는 다양한 조합의 ‘연합군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역항암제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있다. 누구에게나 듣는 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환자는 종양이 거의 사라지고 수년 간 효과가 지속되는 반면 어떤 환자는 처음부터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경쟁은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하나 더 만드는 것 못지않게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치료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다.미래의 면역항암치료는 ‘1년 투여’처럼 모든 환자에게 일정한 기간을 적용하기보다 혈액 속 암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치료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 일찍, 더 정확하게 사용하고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줄이는 것, 이것이 면역항암제 2.0의 또 다른 목표다.‘어떤 약인가’에서 ‘누구에게 언제 쓸 것인가’로불과 10여 년 사이 면역항암제의 질문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말기 암에도 효과가 있을까”를 물었다. 그다음에는 “어떤 암에 효과가 있을까”를 물었다. 이제는 “수술 전에 쓰면 완치율을 더 높일 수 있을까”, “어떤 치료와 함께 써야 가장 강력할까”, “누가 효과를 볼지 치료 전에 알 수 있을까”를 묻는다.과거 항암제는 암세포를 얼마나 강하게 죽이느냐를 놓고 경쟁했다. 1세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다시 깨우는 혁명이었다.이제 시작되는 다음 단계는 그렇게 깨어난 면역계를 누구에게, 언제, 어떤 무기와 함께 투입할 것인가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시대다. 면역항암제의 진화는 약 하나의 진화가 아니다. ‘암을 직접 공격하는 치료’에서 ‘내 몸의 면역을 깨우는 치료’로, 다시 ‘환자마다 면역 전략을 설계하는 치료’로 암 치료의 철학 자체가 진화하고 있다.[자료출처 KH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6년 10월호 발췌자료제공 KH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