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가을이 되면 평소보다 많이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탈모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것이 비오틴과 판토텐산을 비롯한 이른바 ‘모발 비타민’이다. 하지만 모발에 좋다고 알려진 영양소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탈모 예방이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발 건강기능식품의 실제 기능성과 과학적 근거, 올바른 선택법과 복용 시 주의사항까지 꼼꼼히 살펴본다.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진료실에도 익숙한 하소연이 늘어납니다. “샤워할 때마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쌓여요”, “베개에 머리카락이 수북해요.” 실제로 가을은 탈모를 호소하는 분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머리카락의 성장주기는 생장기(새로운 모발 생성), 퇴행기(성장이 느려지고 모낭이 수축하는 과도기), 휴지기(오래된 모발이 빠지는 단계)로 나뉩니다. 이 주기는 몇 년 단위로 반복됩니다. 보통 생장기와 휴지기의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되나 계절에 따라 봄에는 생장기 비율이 높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휴지기 모발의 수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여름 동안 자외선과 땀에 시달렸던 모발들이 가을이 되어 기온과 일조량이 바뀌면 한꺼번에 휴지기로 넘어가 빠지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생장기가 되어 모발이 늘어나면서 그만큼을 메우게 되지만, 유독 눈에 띄게 머리카락이 빠지는 시기에는 탈모가 더 심해질까 걱정이 됩니다. 이럴 때 떠오르는 제품이 바로 ‘모발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오틴(비타민 B7)과 판토텐산(비타민 B5)입니다.식약처가 인정한 것은 ‘모발’이 아니라 ‘대사’여기서 짚고 넘어갈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비오틴과 판토텐산이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은 문구는 모두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필요’라는 내용입니다. 모발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모발 비타민’이라 부르는 이 성분들에 대해 정작 식약처가 인정한 효능은 모발 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식약처가 ‘모발 건강’ 관련 기능성을 건강기능식품 인정 범위에 포함한 것은 2022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비오틴과 판토텐산이 기능성 원료로 등재될 당시에는 모발이라는 평가 항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관련 기능성을 인정받을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부터 이 성분들은 탈모예방이나 완화 목적으로 쓰여 왔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근거는 어떨까요?효과는 ‘결핍’이라는 조건이 붙는다비오틴은 케라틴 합성에 관여하는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비오틴이 부족하면 모발이 가늘어지고 손발톱이 약해집니다. 2017년 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비오틴 결핍이 확인된 환자에게 보충했을 때는 모발 성장이 유의미하게 좋아졌습니다.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비오틴은 여러 식품(달걀노른자, 연어, 버섯, 콩류)에 들어 있고 일부는 장내 세균이 합성해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생활을 유지한다면 결핍이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렇게 비오틴 수치가 정상인 사람-탈모를 고민하는 이들 대부분이 해당됩니다-에게 비오틴을 추가로 주었을 때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약합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식사량이 매우 적거나, 항경련제·이소트레티노인 같은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장 질환을 앓는 경우에는 결핍이 생길 수 있겠으나, 결핍이 없는 일반적인 탈모 환자에서 비오틴 단독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찾기 어렵습니다.판토텐산도 케라틴 생성 과정에서 조효소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탈모 개선에 대한 근거는 비오틴보다도 약합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도 판토텐산을 포함한 비타민 조합이 모발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판토텐산이 모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의 상당수는 20세기 중반 동물(쥐) 실험에서 나왔기에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모발 관련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는 없을까?2024년에 기장과 밀에서 추출한 복합물이 ‘모발 상태(윤기·탄력)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개별인정형 기능성을 받았습니다. 성인 91명을 24주간 추적한 임상시험에서 광택계 측정, 육안평가, 만족도로 머리카락의 윤기와 탄력을 평가했을 때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기능성도 ‘탈모 개선’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성분을 쓴 한 홈쇼핑 제품이 마치 탈모 개선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해 지적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기능성 내용에는 탈모 예방이나 탈모 개선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한편, 약국에서 흔히 접하는 판토가·판시딜·케라민 같은 제품들은 이들과는 또 다른 범주입니다. 이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 다양한 성분이 포함된 복합제이며 탈모의 보조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습니다. 휴지기 탈모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규모 연구 결과, 6개월 복용 후 성장기 모발 비율이 유의하게 증가한 바 있습니다. 다만 휴지기 탈모는 본래 시간이 지나면 상당수가 저절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어, 소규모 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고용량 비오틴은 혈액검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한 가지 더 짚어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고용량 비오틴이 혈액검사 결과를 부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혈액검사 장비가 검사 과정에서 비오틴을 이용하는데, 혈액 속 비오틴 농도가 높으면 간섭을 일으켜 갑상선 기능검사나 심근경색증 진단에 쓰이는 트로포닌 수치가 실제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게 보고되고 있고, 국내 식약처도 2019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경고를 받아들여 의료진과 소비자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습니다. 건강검진이나 병원 검사를 앞두고 고용량 비오틴을 복용 중이라면 미리 중단하거나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머리카락이 원하는 진짜 처방가을철 탈모는 대부분 계절이 바뀌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휴지기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됩니다. 하지만 갑자기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지거나 특정 부위가 눈에 띄게 비어 보인다면 다른 원인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남성형·안드로겐성 탈모는 호르몬 관련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에 가까워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극단적 다이어트나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영양결핍성 탈모라면 전반적인 영양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모발 비타민보다 피부과를 먼저 찾으시길 권합니다[자료출처 KH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6년 10월호 발췌][자료제공 KH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