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정신과 전문의) http://blog.naver.com/artppper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 중 답답하다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을 미국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슬프다, 화난다, 참을 수 없다 등 모두 해당되는 영어 표현이 있지만 답답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말에만 있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영어에 있는 표현 중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기가 힘든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 중 하나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라는 표현에는 마음의 고통, 신체적 반응, 사회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트레스라고 표현할 때는 그 원인이 명확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표현을 한다. 즉 “직장 상사 때문에”, “일이 너무 많아서” “성적이 너무 떨어져서” 하는 식으로 그 원인이 분명하다. 원인이 분명치 않을 때는 사람들은 이유 없이 불안하다고 표현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다음과 같은 신체적 반응을 동반한다. 우선 감정반응이 무뎌지고, 주위 자극에 대해 둔해지거나 반응하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거나, 매일 보던 사람들이나 주위의 낯익은 사물도 낯설게 느껴진다. 또한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나 대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잠도 못자고, 깜짝 깜짝 놀라고 집중도 할 수 없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아주 긴장하게 된다. 피곤하고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다. 두려움 속에서 공포를 느끼고 절망하게 된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계속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스트레스의 요인은 크게 가정, 직장, 금전, 건강 문제 등이다. 우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요인은 징계, 해고, 승진누락, 퇴직, 민원 등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승진하고 새로운 레벨의 일을 하게 되는 것도 큰 스트레스가 된다.
행복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 가족도 때로는 큰 스트레스다. 부부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 자녀와의 갈등 모두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이혼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부모, 형제, 자녀 등 사랑하는 이가 죽거나 다치는 것도 큰 스트레스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돈이 많더라도 아이들이 나쁜 길로 나가면 세상을 사는 것이 허무하다.
금전문제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도 크다. 본인이 빚을 지거나 투자를 잘못해서 손실을 받는 것도 큰 고통이지만, 빚보증을 잘 못서서 겪는 고통은 더욱 억울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심한 것은 질병과 노화에서 오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뇌출혈이나 사고 후유증으로 움직이기 힘들다거나, 암에 걸려서 투병생활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심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점점 몸 움직이기 불편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한명 한명씩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늙어간다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우리는 스트레스 천지인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이러한 힘든 상황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견딜 것인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법을 권한다.
 마음속 응어리를 자각한다.
 노여움을 발산한다.
 화를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생각한다.
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과 비밀을 나누며 의논한다.
 자신만의 취미를 가져 창조적 에너지를 쏟는다.
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 때로는 자랑도 약이 된다.
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잠자고, 운동한다.
 여유 있게 스케줄을 짠다.
 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스트레스 요인을 없앤다.
 체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 하지 말자.
 끝이 없는 고통은 없다. 언젠가는 끝이 난다.
 망할까 걱정하기보다, 망할 때까지 해보자고 생각한다.
아무런 잘못한 일도 없는데 불행이 찾아온다면, 그것이 악이라는 구절을 과거에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이 사소한 일이라면 우리는 그냥 ‘운이 나빴어.’ ‘재수가 없었어.’ 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액땜 했다고 생각해.’ ‘그만하길 다행이다.’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합리화한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그 상황이 스트레스를 준다면 일단은 위에 소개한 방법들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을 이용해서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앙금이 남는다면 그 때는 과거의 가장 괴로웠던 일을 떠올리고, 시간이 모든 감정을 다 지워나간다는 것에 위안을 받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고, 내 마음이 그만큼 더 강해진다면 그것도 의미는 있다. 스트레스 받을까봐 피하던 일에 도전함으로써 내 인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필자 소개: 최명기님은 부여다사랑병원 원장으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병원경영을 강의하고 있으며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등의 저서를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