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돼 형평성과 무임승차 등의 문제와 논란을 일으켜왔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10여 년만에 새롭게 개편된다고 한다. 정부 자문기구인 보건의료미래위원회는 18일 열린 전체위원회에서 우선은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된 현행 제도 내에서 형평성을 제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직역에 상관없이 부담능력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게하는 단일기준의 `소득중심 부과체계`를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의 이러한 개편안에 따라 내부조율을 거쳐 곧 관련법안을 마련하고 국회처리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는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모순을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이번 개편작업이 계획한 일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길 바란다.정부는 지난 2000년 370개 의료보험조합을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했지만 당시 보험료 부과기준에서는 단일 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자영업자 등의 소득파악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후 직장이 있는 직장가입자와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로 양분돼 각기 다른 기준에 의거한 보험료 부과가 이루어지는 어정쩡한 이원체제가 유지돼 왔다. 직장가입자는 자신의 월급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을 내고,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과 보유 주택,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부과된 액수를 부담하다보니 갖가지 문제가 노출됐다. 예컨대, 직장 연봉 1천800만원에 보유 부동산으로 인한 임대소득이 연 5억원인 A씨나, 소득이라고는 달랑 직장 연봉 1천800만원뿐인 B씨나 매달 내는 건보료는 4만2천원으로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빌딩이나 상가 등을 소유한 고소득자들이 보험료가 낮은 직장가입자로 위장 취업하는 사례가 해마다 숱하게 적발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직장 은퇴자의 경우 특별한 수입이 없는데도 지역가입자로 재분류되면서 보유주택과 자동차 등을 근거로 갑자기 보험료가 늘어나 생활이 더욱 힘들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엄청난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이 있으면서도 직장있는 자녀들의 피부양자로 올라가면 보험료라고는 한푼도 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건강보험재정 악화가 불보듯 뻔하게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모습은 분명 비정상적인 것으로 반드시 고쳐져야 할 대목이다.새로운 건보료 부과체계가 도입되면 직장가입자라도 근로소득 외에 임대, 사업, 금융, 배당 등 종합소득이 있다면 이것까지 포함해 보험료를 산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빌딩이나 상가 소유주,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자영업자, 대기업주 등 고액의 종합소득자들이 직장가입자임을 내세워 건보료를 실제소득규모에 맞지않게 턱없이 적게 내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부양자도 직장이 없다고 무조건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종합소득을 따져 그 액수가 많으면 배제할 방침이어서 무임승차가 발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경우는 주택 등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에 대한 건보료 비중을 줄여 은퇴 후 실질소득이 급감한 계층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원칙을 정했다.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더 낼 수 있는 사람은 더 내도록 하고, 낼 능력이 충분치 않는 사람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형평성있고 정의로운 제도요 정책이다.
다만 이런 새로운 체제를 적용함에 있어 또다른 파행이나 문제가 돌출되지 않도록 당국은 세심한 연구를 해야할 것이다. 종합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고소득자부터 시작해 모든 가입자로까지 확대하겠다고는 하나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서는 한층 합리적이고도 섬세한 단계와 한계 등을 도출해야 한다.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빌딩 등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보유자건 간에, 그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보완책과 선행과제들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해결해, 그동안의 건강보험체제의 결함을 치료하고 깔끔한 새출발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