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민 (라라동물병원 원장)
비 오던 어느 날 한 학생이 비에 젖은 개 한 마리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왔다. 그 학생은 “학교 앞에 얘가 줄에 묶여 있었어요.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요. 계속 비를 맞고 있어서 우선 데리고 왔어요. 주인이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버려진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은 이 학생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1~2차례 버려진 동물들이 동물병원에 왔다가 보호소로 이동하게 된다.
요즘 같은 휴가철이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버려지는 개들의 숫자가 평달 보다 약 20~30% 늘어난다. 개들이 버려지는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휴가시즌 강아지를 동물병원에 위탁했다가 찾아가지 않거나, 치료비 부담으로 찾아 가지 않는 경우다. 정들어 기르던 동물을 버리는 보호자의 상당수가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또한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한번 버림받은 유기견들은 상당수가 또 다시 버려진다. 동정심에 충동적으로 유기견을 입양할 경우 그 주인과의 인연이 오래 가지 못한다. 정상적으로 자라난 강아지들과 달리 유기견들은 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대인기피증과 같은 심리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이제 반려동물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반려동물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반면, 반려동물을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을 하고 판매를 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우리 동물병원식구들 중 95%가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85%가 유기동물이었다. 유기동물은 더러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다. 모든 반려동물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또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많은 책임감을 갖고 입양을 해야한다.
요즘 우리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마지막 고비 ‘말복날’을 보내면서 반려동물을 버리는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되짚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