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근(편집장)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랜 꿈이다.
조상들은 고래로 성공적인 삶을 ‘수복강녕부귀다남(壽福康寧富貴多男)’ 여덟 글자로 압축해 표현했다. 장수(壽)가 맨앞이고 행복(福), 건강(康), 편함(寧), 재산(富), 권력·명예(貴), 자손(多男)의 순서이다. 세속적 성공의 기준인 재산과 권력이 ‘건강 장수’의 뒷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경제성장과 의학의 발전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경우 80세를 넘어섰으며 100세 이상의 장수 노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살아도 온갖 주사바늘과 비닐 관을 몸에 달고 병상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모습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노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구구팔팔이삼사’라는 말이 있다. 99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은 후 죽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뜻이다. 일생을 편안하게 마감하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사람들이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는 ‘건강 장수’는 사실 이루기 어려운 게 아니다. 노화문제 전문 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100살 이상 살도록 유전자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고 한다. 건강하게 태어난 몸을 함부로 굴리면서 병을 앓고 ‘천수(天壽)’를 까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에 황제(黃帝)가 신하인 기백(岐伯)에게 묻고 답하는 내용이 있다.
황제가 “옛사람들은 나이를 먹어 백세가 지나도 여전히 그 동작이 쇠퇴하지 않았다고 들었소. 그런데 지금의 백성들을 보면, 오십세가 되자 벌써 동작이 쇠퇴하게 되는데, 이는 대체 어찌된 까닭인가?” 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기백이 “옛사람들은 춘하추동의 자연의 기운에 조화를 맞추고, 음식에 절도가 있었으며, 눕고 일어나는 데도 규칙을 세워서 함부로 심신을 과로케 하는 일이 없었으므로, 육체도 정신도 다함께 조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백년의 수명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사람들은 그러한 이치에 적합한 생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즙이라도 마시듯이 술을 마구 마시고, 심신을 함부로 과로케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술에 취해서는 여자를 찾아 정욕이 동하는 대로 그 정력을 소모하여 생의 원천인 진기(眞氣)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심신의 진기를 온존(溫存)하려 하지 않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여 욕망을 충족시키며, 장수의 낙(樂)을 모르고, 생활태도가 아주 무절제하기 때문에 50세만 되면 벌써 노화현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라고 대답한다. 수명 감소의 원인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난 생활이다. 요샛말로 ‘생활습관’의 잘못으로 암, 심장병, 뇌질환 등에 시달리다가 제 명에 죽지 못한다. 과식(過食), 과음(過飮), 과로(過勞), 과음(過淫) 등 신체의 균형을 깨트리는, 무절제한 삶은 수명 단축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정보 또한 지나치면 좋지 않다. 잘못된 건강-의료 정보로 오히려 건강을 잃거나 고통을 겪고, 부정 약품과 불량 식품을 복용해 목숨을 잃거나 병을 앓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하고 있다.
의학 실험에서 먹이를 70%로 줄인 모르모트가 100% 먹은 것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