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일 교수(산부인과 전문의)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의 자궁에 상처를 남기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자연유산한 여성에게 소파수술 없이 관찰하는 방법(전문적으로 기대요법 또는 관찰요법이라고 함)을 많이 권유합니다. 그러면 수술보다 조금 늦긴 해도 거의 대부분은 며칠 후 자궁 내용물이 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러니 조금 빨리 자궁을 청소하려고 소파수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임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다 불임을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임치료라고 하면 무조건 시험관 수정 같은 고난도 치료부터 일반인들은 떠올리지만 사실 이런 치료를 받는 부부는 전체 불임부부의 10~20% 내외입니다.   실제로 많은 불임상담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일단 자연적 배란일에 맞춰 임신을 시도하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치료 없이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자연임신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정확한 국내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현상은 저를 비롯한 불임클리닉 전문의라면 자주 경험하는 일입니다.   인공적인 것이 자연적인 것에 비해 좋지 않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인공적인 불임치료 후 아이들의 수태능력을 조사한 연구 결과들은 더욱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불임치료를 받아 아기를 낳은 여성 2천명과 어렵지 않게 임신해 아기를 출산한 2천명 그리고 이들의 자녀(1~6세)에 관한 자료를 조사-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불임치료 그룹의 아이들은 대조군의 아이들에 비해 자폐증, 뇌성마비, 정신지체, 발작, 암 등 5가지 위험이 평균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폐증은 4배나 됐습니다. 이 밖에도 불임치료 그룹 아이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시각-청각장애가 40%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우선 임신을 어렵게 만든 여러가지 건강상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시험관수정(IVF)과 같은 불임치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여성 불임치료 후 태어난 남성아이들의 불임 빈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덴마크 젠센 박사팀은 군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와 함께 혈액 검사와 정액 검사를 받은 1천925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어머니의 불임치료 후 태어난 남성아이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수태능력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불임치료에 의해 출산한 남성들의 총 정자농도는 46%, 총 정자수는 45% 감소했습니다. 또한 고환의 크기는 대조군에 비해 작고, 정자의 운동성과 정상적인 정자의 수도 더 적게 나타났습니다. 이들 참가자의 어머니들은 47%가 불임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결과는 최근 불임치료를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낮은 현상에 대해 일부 답을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성의 불임치료 뿐만 아니라 남성 불임치료 후 태어난 남성아이들도 남성불임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자 직접주입법은 남성 불임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주요 치료법으로 이 방법에 의하면 한 개의 정자가 한 개의 난자 안으로 직접 주입되어 수정됩니다. 그 동안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불임 치료시술로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아빠의 손상된 정자 기능이 정자 직접주입술에 의해 태어난 남자아이에게 유전될 수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임상내분비대사학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결과는 정자 직접주입법(ICSI)의 남성불임치료시술을 통해 임신이 된 남자아이들에게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정상 분만된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 아이들 또한 불임의 위험성이 높은 상태임을 드러냈습니다. 연구팀은 정자 직접주입법에 의해 임신된 125명의 아이들과 체외수정에 의해 임신된 120명의 아이, 정상 분만에 의해 태어난 933명의 아이들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자연 수태로 임신되어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정자 직접주입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치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로서 정자 직접주입법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이 유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위의 세 연구결과들은 자연임신을 못하여 인공적인 보조생식술을 통하여 임신이 된 상태에서 후세에 발생한 일들입니다. 연구팀들은 “임신을 가로막는 벽을 넘었지만 벽 자체는 뒤에 그대로 남아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격”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임부부들은 임신을 할 수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후세에 건강상의 악조건을 물려줘 후유증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단번에 불임을 치료하겠다거나 무조건 최첨단 치료법을 동원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세요. 불임 원인에 대한 치료에 70% 정도 노력을 기울이고 나머지 30%는 스트레스 없이 자연 임신을 하기 위한 영양섭취와 환경 개선, 습관 교정, 적절한 운동 등에 투자하면서 기다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언컨대 불임 치료에 100% 올인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한양대학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 한국모자보건학회 이사장, 대한태교연구회 회장. 저서는 `부부가 함께 하는 완전한 계획임신 -< 베이비플랜>`. 자연임신에 관한 전문의 상담과 임신 출산 정보를 다루는 공익카페 `베이비플랜119`(http://cafe.naver.com/babyplan119) 운영.
최종편집: 2025-05-02 01: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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