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온다. 수백만의 수험생들이 자신의 학업성취도를 평가받는 이날은 학부모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매년 시험결과에 낙담한 일부 수험생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곤 한다. 이럴 때 수험생을 다독이기 위해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수능시험의 실패로 자살을 하려고 하는 청소년이라면, 평소 학업성적에 대해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좋은 성적이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며,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보장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수능에서 불만족스러운 성적을 받게 되면 자신과 부모님으로부터 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주변 사람(친구나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도 낮아지며 부모님과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사이도 멀어지게 된다.
또한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압박이 크지 않더라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청소년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 자신의 작은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거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된다.
기대수준이 높거나 완벽 주의적 성격이 있는 학생이라면 평소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성적이나 모의시험 성적이 상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능시험이라는 스트레스가 큰 시험에서는 실패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오히려 시험을 망치게 되어 의외로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오는 수가 있다. 그러면 그 실망이 누구보다도 크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자살은 대개 우울증 때문인데, 자살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택하는 청소년의 경우, 대부분은 그 이전에 평소 우울증이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 그 우울증에 수능시험 성적이 나쁜 데 대한 실망이 겹쳐서 자살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성적이 나쁜 데에도 이전의 우울증 때문에 공부를 잘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자녀에게서 이러한 모습들이 보이는지의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살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사랑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자녀가 생각하도록 하거나 절대 책망해서는 안된다. 비록 시험성적이 나쁘더라도 여러분의 자녀가 있는 모습 그대로 부모님에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녀임을 느낄 수 있도록 대해줘야 한다. 정말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위해 공부를 하려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부에 대해 신경 쓰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녀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아이와 대화를 많이 갖고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그 의견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같은 일들은 대개 거북한 일이기 때문에 어려울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도움말: 소아청소년정신과 송동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