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벨 의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누가 첫 번째가 될까. 많은 사람들이 조장희 박사(74.가천의대 석학교수 겸 뇌과학연구소장)를 손꼽는다. 그는 1975년 세계 최초로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를 개발한 뇌영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기 때문이다. 가천의대에 전용연구동이 배정되어 있으며 83세까지 연봉 30만달러를 받기로 계약되어 있다.
PET는 현재 의료 영상 분야에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장비 중 하나로서 체내에서 특정물질인 방사성 동위원소가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해 영상을 얻고, 뇌세포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조 박사는 오래전부터 뇌과학과 침술의 접목을 위해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가 침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과거 요통으로 고생했다가 침을 맞고 고친 경험 때문이다. 1985년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UCI)에 재직할 때 조 박사는 뇌영상을 통해 침이 결국 뇌를 자극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침술의 과학적 효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조 박사가 경락-경혈, 침술 관련 국제학술대회인 ‘SAMS 2010’ 개막 첫날인 1일 신경과학과 침술에 관한 기조연설을 해 학자와 한의사 등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침술의 신경학적 기초-현재와 미래’ 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과거에 사람들은 침이 곧바로 신체나 장기에 영향을 미쳐 낫게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으로는 침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다. 침술의 과학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침술과 뇌신경계의 연계성에 주목해야 했다.
침을 시술하면 자극이 뇌로 전달되고 시상하부에 도달한 이 신호는 신경호르몬과 신경화학물질을 분비시키고,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신체의 모든 장기(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등)들이 안정된 상태를 이룰 수 있게 조절하여 통증을 줄인다. 이것이 바로 침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명확히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뇌 속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침을 놓았을 때 어느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되고 반응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를 영상에 잘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주로 소개했다.
- 고화질의 영상으로 뇌를 잘 살펴볼 수 있다면, 침술의 효과를 더 잘 증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뇌영상이 고화질화된 것은 겨우 2~3년 밖에 안됐다. 뇌와 침술연구를 위해서는 뇌간(brain stem)이란 부위가 중요하다. (뇌간은 대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뇌의 부분으로서 대뇌에서 나가는 운동신경과 대뇌로 들어오는 감각신경의 중요한 통로가 존재한다. 동시에 대뇌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뇌신경의 중요한 요지이기도 하다. 뇌의 가장 아랫부분으로 숨뇌, 다리뇌, 중간뇌로 구성돼 있다.)
이전의 뇌영상에서는 해상도가 낮았기 때문에 이를 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기존의 MRI기계를 그대로 사용하는 뇌의 혈류흐름 등 뇌의 활성반응을 볼 수 있는 영상장치)로 고화질의 영상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주 흥미롭다. 이곳이 잘 나오면 침 연구도 아주 재밌게 진행될 것이다.
- 연설 내용 중 fMRI+PET 연구가 눈에 띄었는데...
7.0테슬라(tesla)는 지구 자기장의 35만배에 달하는 자장의 크기다.(1테슬라=1㎡당 1웨버의 자기력선속이 통과할 때의 밀도) 현재 상용화된 1.5테슬라나 3 테슬라 MRI에서는 1mm의 신경을 볼 수 있지만, 7.0테슬라 MRI에서는 0.3mm 신경까지 볼 수 있다. 이미 7.0테슬라 fMRI를 통해 건강한 사람에게서 나타난 것과 다른 암이나 알츠하이머에 관련된 부위의 변화를 발견했다. 고성능 MRI와 PET를 함께 사용하면 뇌의 구조와 기능까지 함께 알 수 있어 침술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14테슬라 fMRI를 개발중에 있다고 하던데...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fMRI는 1.5~3.0테슬라로서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7.0테슬라보다 화질이 떨어진다. 이보다 더 해상도가 높은 14테슬라 fMRI는 현재 개발이 진행중이지만, 아마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 경락의 실체도 뇌 영상으로 구현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락부위에 침을 놓으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혈자리에 놓아야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침의 강도와 주파수, 시술 횟수 등 그 외의 요소들이 경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침과 관련된 연구가 이것 말고도 또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현재 수면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논문을 작성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는 없지만, 수면시 침술과 관계된 연구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현재 재밌게 연구하고 있다. 반년 뒤인 내년 초 쯤에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 같다.
◆조장희 박사 약력
▶황해도 연백군 금산면 출생(1936년 7월 15일) ▶서울 남산초등학교 졸업 ▶서울사대부중·고 졸업 ▶서울대 전자공학과(60년) 196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석사▶스웨덴 웁살라대 전자물리학 박사(66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조교수 및 부교수(71~7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부교수(72~78년) ▶미국 컬럼비아대 정교수(79~85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78~97년) ▶미국 학술원 회원(97~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I) 교수(85~2006년) ▶가천의대 석학교수 겸 뇌과학연구소장(2004년~현재).
1972년부터 컴퓨터 단층촬영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해당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특히 원형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Ring PET)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으며 현재 모든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PET)는 그가 개발한 형태를 따르고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가천의대 석좌교수 겸 뇌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