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비해 그 이론과 체계가 과학적으로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의학자들이나 한의사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자신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전부를 무시 당하는 느낌을 받는 한편, 꼭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여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서양의학과 꼭 같은 잣대와 방식으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한의학의 과학화는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통과의례일 수 있다. 국제적인 침술경락학술대회인 `SAMS 2010`이 `전통의학과 과학의 조화`를 주제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리모 시스템(Primo System)`이란 원초적 순환계로서 경락의 실체를 규명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서울대 소광섭 교수(65)는 물리학자로서 한의학의 과학화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석학이다. 왓처데일리가 `SAMS 2010`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소 교수를 만나 보았다.
- SAMS에서 프리모 시스템에 관한 연구 발표를 했는데, 일반인들을 위해 좀 쉽게 설명해달라.
`프리모`란 용어는 혈관이나 신경보다 먼저 생겨 가장 `원초적`이란 의미다. 또한 생명에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는 이 이론을 세계 학계에 처음 발표한 북한 김봉한 선생의 이름을 따 `봉한계`였는데 외국인들이 들으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국제용어를 새롭게 개발했다.
김봉한 선생이 최초로 발견했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고, 그래서 연구를 계속할 수 없었다. 이번에 프리모 시스템이란 용어를 다시 만들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이를 이어 현대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지속할 게획이다. (김봉한의 봉한학설은 동물의 몸 전체에는 경혈 경락이 그물처럼 퍼져 있는데 기존의 혈관계와 신경계 외에 제3의 순환계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1961년에 발표됐다.)
- 봉한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봉한학이 맨 처음 발표되었을 때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김봉한이 월북을 했기 때문에 남한 언론에서는 이를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내가 1971년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김봉한의 영어논문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 본격적으로 연구를 결심한 시기와 이유는.
2001년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에 있는 한의학과에 안식년으로 가서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어떻게 연구를 해야 하는지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봉한학을 다시 알게 되었다. 봉한학과 경락이 빛의 통로라는 내용,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석이 유효하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앞으로 미래의학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 2002년부터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 현재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된 것인가.
현재 해부학적으로는 90% 정도 규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프리모 시스템을 완전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해부학, 생리학, 임상 순으로 단계를 밟아야 한다. 프리모 시스템은 전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단지 피부에서만 프리모 시스템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락은 피부에 있는 프리모 시스템의 일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연구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이를 찾고 있는 중이다. 프리모 시스템을 피부에서 찾게 되면 경락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순환시스템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물리학자인데,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한의학 자체가 매우 중요한 새로운 자연의 원리를 갖고 있다고 항상 여겨왔다. 그래서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를 오래했고, 이에 관한 글도 다수 써왔다. 음양오행 이론 같은 내용 을... 하지만, 이론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그래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 프리모 시스템은 어떠한 점에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나?
핵심개념은 ‘산알’이다. ‘산알’은 경혈-경락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 몸을 돌아다닌다. 이것은 우리 몸의 병들거나 노화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줄기세포보다 더 강력한 재생의학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모 시스템의 비밀을 풀면 누구나 120살까지 젊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것이 밝혀지면 한의학의 큰 희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앞으로 프리모 시스템을 규명하기 위해서 어떤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가.
암 치료, 산알이 강력한 재생력을 지녔는지 여부, 뇌와 척수에 있는 프리모 시스템을 첨단영상기기로 분석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치매질환에 대한 침술(약침)적 접근이 가능한지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특히 약침을 뇌에 직접 주입해서 죽은 뇌세포를 재생시키는 연구는 기대해 볼 만하다. 현재 뇌 속의 프리모 시스템이 나노입자를 흡수해 잘 보인다. 더 좋은 조영제를 개발하면 앞으로 MRI나 PET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연구를 한다면 더 일찍 규명될 수 있는지...
수의사, 한의사, 약사, 생물학자, 물리학자 등이 참여해 연구를 함께 했었다. 지금까지는 연구가 해부학적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실이 주가 되어서 사람을 모아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2단계인 생리학적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로써는 부족하다. 프리모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지난 9월 16일 충북 제천에서는 ‘한국 프리모 시스템 연구회’가 탄생했다. 이 연구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10년동안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 동안 어려웠던 점은?
연구 초반에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었지만, 10년동안 연구를 지속해 오면서 프리모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대한약침학회의 지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지금도 프리모계에 대해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직접 연구실에 찾아와 연구결과를 눈으로 보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미국 미주리 주에 있는 워싱턴 의과대학, 중국에서도 프리모 연구가 진행중이고, 국제프리모학회도 올해 창립위원회가 설립되어 실제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항상 쓰는 말이 있다. 바로 ‘인생관(忍生觀)’이란 말이다. 어려움을 참으면, 원하던 것들을 살릴 수 있고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의학도 그렇고, 프리모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인생관’을 원동력으로 해서 지금까지 연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소광섭 교수 약력>
학력1964~1968 서울대학교 물리학 학사, 미국캔자스대학원 물리학 석사1971~1974 미국 브라운대학원 물리학 박사
경력1979.5~1984.5 서울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조교수1984.5~2000.1 서울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부교수, 교수1996.3~1998.2 서울대 사범대 교무담당 부학장2000.2~現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