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맞았을 때 통증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시리거나, 따뜻하거나, 편안하거나, 부드럽거나, 전기가 오듯 짜릿한, 묘한 느낌.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득기’(得氣)라고 말한다. 이것은 환자 뿐만 아니라 침을 놓는 한의사 또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득기’가 환자와 한의사가 서로 교감을 이뤘을 때의 상태라고 할까. 그래서 ‘득기’가 되었을 때 침술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말도 있다. 득기는 침의 깊이와 조절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한다.   침을 맞을 때 생기는 득기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을까? 서양인 한의학자가 득기에 관해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주 UTS 한의과대학의 크리스토퍼 자슬라브스키 학장이 주인공이다. ‘SAMS 2010’ 마지막날(3일) 기조연설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연신 참석자들을 웃겼던 그를 왓처데일리가 만났다.   - 교수님의 기조연설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였다. ‘득기’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임상적으로 득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침술을 우리가 임상에 활용한다면 아마도 득기를 분석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전통의학과 과학의 조화`로 되어있는 대로 과학적인 연구방법이 중요했을 것 같다.   기존의 논문과 서적을 찾아 득기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고, 이를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것이 침술 연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40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3분에 한 번씩 침을 놓으면서, 21분 동안 침 시술 시 느낌을 바로 말하게 하고 이를 기록했다. 동시에 득기의 강도를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계측기를 사용해 분석하고, 통계를 내었다. 침 시술을 어떻게 했는지 실험 참가자들이 알 수 없도록 시야를 가리고 침의 깊이, 침술 위치(혈자리/혈자리가 아닌 부분), 침의 자극유무를 달리해 실험했다.   - 결과는 어떠했는가.   경혈점이건 경혈점이 아니건 침을 깊이 꽂고 조절했을 때가, 침을 낮게 놓고 조절하지 않았을 때 보다 득기의 강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득기는 개인적인 느낌이나 환자-의사 관계에 따라 올 수 있지만, 침이 신경을 자극했다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 이번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득기가 주관적인 느낌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기 때문에, 득기와 통증의 차이점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다. 사람들은 뜨거운 느낌이나 전기가 오는 듯한 느낌으로 득기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득기는 통증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득기와 침술효과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선 신뢰도가 높은 연구를 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통계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할 사항이 많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측정 방법, 측정도구, 조작정도, 기본값 도입 여부, 통증의 표준화 방법 등 더 고려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    -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현대인들이 많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득기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내년쯤 할 예정이다.   - 호주는 전통의학이 다른 서양국가보다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침술과 약초는 매우 유명하고, 이를 가르치는 대학도 3개 정도 있다. 한국에 비해 적은 수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대체의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서양의학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를 보완-대체할 만한 다른 의학들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EBM(Evidence Based Medicine: 증거를 기초로한 의학)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동양의학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호주에서 동양의학이 발달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 이번 학술대회에서 관심 있게 들었던 내용은. 한국과 미국, 유럽 학자들의 여러 좋은 논문들이 있었다.  이번 학술 대회는 각국의 연구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득기 뿐만 아니라 프리모(Primo)관의 연구에도 관심이 있다. 또한 발목 통증에 대한 연구, fMRI를 활용한 연구도 흥미로웠다. fMRI는 우리의 연구에서도 활용되었기 때문에 그 연구자와 함께 얘기해볼 시간을 가진 것은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2012 `isams`의 주최자로서 관련 내용을 미리 살짝 말해준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이른 감이 있지만, 아마도 임상실험 연구를 많이 다루는 주제로 대회가 진행될 것 같다.        
최종편집: 2025-05-01 2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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