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천(사상체질과 전문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의 저자 이제마는 그의 나이 예순 넷에 졸(卒)하기까지, 젊었을 때는 무인과 정치인으로 살았고, 중년 이후부터는 의학자의 삶을 보냈다. 그는 항상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올바른 생각과 행동의 최종 결론은 유학(儒學)의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실현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인의예지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정리한 것이 바로 `사상(四象)의학`이었다. ‘사상의학’하면 체질을 진단한다거나, 음식을 가린다거나 하는 내용이 떠오를지도 모르지만 본래의 사상의학의 목적은 올바르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이제마는 자식들에게도 올바른 삶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 `교자평생잠(敎子平生箴)`. 즉, ‘자식을 가르치는 평생의 격언’이 그것이다. 그는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었는데, 그 중 큰 아들의 이름이 용해(龍海), 작은 아들이 용수(龍水)였다. 큰 아들은 소음인, 작은 아들은 소양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두 아들의 체질에 맞게 이름을 달리 붙여 불렀다. 큰 아들은 소음인의 소심함을 극복하도록 용맹하다는 의미를 담은 용(勇), 작은 아들은 소양인의 가벼움을 극복하도록 신중하라는 의미로 근(謹)이라고 불렀다.
그가 두 아들에게 남긴 `교자평생잠`에는 이러한 글귀가 있다. 큰 아들에게는 "소음인인 용이의 외모는 장수할 골격도 있고, 요절할 기운도 있다. 어진 사람들을 시샘하는 마음이 없으면 팔십까지 충분히 살 것이지만, 어진 사람들을 시샘하는 마음이 있으면 사십까지 살기도 어려울 것이다"라고 하였다. 작은 아들에게는 "소양인인 근이의 외모는 귀한 골격도 보이지만 천한 모습도 보인다. 옛 것을 좋아하고 학문 연구에 노력하면 충분히 호걸이 될 것이지만, 옛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학문 연구를 게을리 하면 보잘 것 없는 사내에 그치고 말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건강에 대해서도 당부 했다. "용이는 갑자기 기뻐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비양(脾陽: 소화기의 양기)이 건장해서 질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근이는 갑자기 슬퍼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신음(腎陰: 비뇨생식기의 음기)이 충족해서 질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술이나 색, 즉 여자나 이성관계에 대해서는 "용이의 건강에는 술이 가장 좋지 않고 색이 그 다음이며, 근이의 건강에는 색이 가장 좋지 않고 술이 그 다음이다. 용이가 술과 색에 빠지면 화가 바로 닥치게 될 것이며, 근이가 색과 술에 빠지면 화가 바로 닥치게 될 것이다. 목숨에 대한 해로움의 정도는 색이 가장 크고, 술은 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가 남긴 글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과 생활을 돌아보는 것도, 요즘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이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아닌가 싶다.
* 필자소개 : 원광대학교 전주한방병원 체질의학과 교수, 사상체질의학회 이사, 대한약침학회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