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집단 예방접종 주사기를 반복 사용한 탓에 B형 간염에 걸린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고, 이를 정부와 피해자가 받아들이기로 해 화해가 성립했다.
23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소송을 맡은 법원 중 한 곳인 삿포로(札晃)지방재판소가 지난 12일 제시한 화해안을 정부가 받아들이기로 한데 이어 피해자를 대표한 전국 원고단도 22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수용하기로 했다.
법원이 제시한 화해안은 이미 숨졌거나 중증 간경화에 걸린 이들에게는 3천600만엔(약 4억8천만원), 경증 간경화 환자에게는 2천500만엔(약 3억3천만원), 만성 간염 피해자에게는 1천250만엔(약 1억6천만원)을 주고 아직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잠재적인 피해자(캐리어)에게도 일시금 50만엔(약 673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의 잠재적인 피해자는 약 43만명으로 추정된다. 2차 감염자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후생노동성은 이번 화해 성립으로 향후 30년간 약 3조2천억엔(약 43조2천억원)의 보상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우선 내년부터 5년간 재정지출을 통해 1조엔 규모의 B형 간염 예방접종 피해자 구제기금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조치법을 의원입법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향후 30년에 걸쳐 보상을 하는 것이지만 선진국 최악으로 악화된 일본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3조2천억엔은 버거운 규모다. 이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하며 이게 어렵다면 기존 사회보장비를 삭감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결행이 쉽지 않고 야권의 협조를 얻어야 가능하다. 피해자 보상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경우 여론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본은 1948년 7월 시행된 예방접종법에 따라 유.소아들에게 B형 간염 집단 접종을 하는 과정에서 주사기의 반복 사용으로 간경화나 간염에 걸린 피해자가 1989년에 소송을 내 2006년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08년 3월부터 피해자 621명이 전국 법원 10곳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