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모(산부인과 전문의) http://www.sanmohouse.com
매달 찾아오는 불쾌한 손님 ‘월경전증후군’이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며칠 전부터 김은미씨(25)는 이유 없는 짜증과 우울함 때문에 본의 아니게 회사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일에 집중도 잘 되지 않고, 무기력해져 생리가 다가올 때마다 주위사람들의 걱정을 살만큼 다른 사람이 된다. 어느 날, 병원에 찾아가보라는 직장동료의 권유로 산부인과를 방문한 은미씨는 그 동안 자신이 겪은 증상들이 보통의 여성들보다 훨씬 심각해 치료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전문의의 권유대로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동시에 자신의 불규칙하고 올바르지 않은 생활습관들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들에게 흔한 ‘월경전증후군’
월경이 있기 며칠 전부터 생기는 불안과 짜증 등의 반복적인 증상을 총칭해 ‘월경전증후군’이라고 한다.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은 150여가지나 되는데 여성들이 주로 경험하는 증상은 몇 가지로 한정된다.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짜증, 감정 기복, 불안, 우울, 피로, 입맛 변화 등이다.
월경전증후군은 전체 가임기 여성의 75%가 적어도 한 번 이상 경험하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자궁 적출술을 받은 경우에도 난소가 남아 있으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월경전증후군의 증상들은 나이가 많고 스트레스가 클수록 심해지며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기타 정신과 질환 병력이 있을 때, 만성질환자에게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월경전증후군은 성호르몬의 불균형, 엔도르핀과 세로토닌과 같은 물질의 복합한 상호작용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월경전증후군의 자가진단
전체 가임기 여성의 40%이상은 월경증후군 치료가 필요할 만큼 증세가 심하고, 5%정도는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이다.
만약 유방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배에 가스가 차는 불편한 느낌, 두통이나 부종 등 신체적 증상과 우울함, 분노, 불안 등의 정신적 증상이 각각 한 가지 이상 나타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쳤다면, 월경전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증상이 월경 시작 전 5일 이내에 나타났다가 월경 시작 후 4일 이내에 사라지는 경우를 두 달 이상 연속적으로 경험하면 명확히 월경전증후군으로 간주할 수 있다.
치료하려면 우선 증상부터 바르게 체크해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증상은 식습관과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 대체로 저지방식품과 채소 섭취를 늘리면 증상이 줄어들고, 비타민 B·C·E와 칼슘 섭취도 도움이 된다.
빨리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도 체내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햇볕을 쬐며 운동한다. 또한 과음과 흡연, 카페인 섭취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이런 관리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가 시급한 ‘월경전불쾌장애’
월경전불쾌장애는 월경전증후군의 심한 형태로 일상생활, 업무, 인간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월경전불쾌장애는 월경전증후군보다 진단기준이 엄격하다. 핵심증상으로는 우울, 절망감, 불안, 긴장, 급격한 기분변화, 짜증, 신경질 등이 있으며 기타 증상으로는 무기력함, 식탐,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각종 신체 통증 등이 있다.
이 중 다섯 가지 이상을 경험하면 월경전불쾌장애라고 진단하고 지난 1년간 7회 이상의 월경주기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중증으로 분류하여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필자 소개: 수원 강남여성병원 원장, 한양대학병원 외래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정회원, 대한 폐경학회 정회원, 요실금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