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록(한의사) http://www.ttjoint.com
과학수사드라마 시청을 즐기는 이민석(29)씨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싸인`의 애청자였다.
드라마 내용 중 법의관들이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는 과정에서 시신을 부검했는데, 둔기에 손상된 시체의 두부 손상 위치와 방향 등을 고려했을 때, 살인범이 ‘어깨회전근개 손상’ 질환을 지닌 사람임을 알아냈다.
이 장면을 본 이 씨는 평소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등 동일한 증상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이 씨가 드라마에서 나온 ‘어깨회전근개 손상’이라고 진단했다.
삼각형 모양의 어깨뼈는 어깨 운동이 안정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근육과 인대, 그리고 기름주머니인 점액낭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어깨뼈를 덮고 있는 4개의 근육이 합쳐져서 하나처럼 된 `회전근개`라는 힘줄이 되는데, 이곳에 외상이나 혈액순환장애 등이 생긴 것이 ‘어깨회전근개 손상’ 이다.
한방에서는 어깨가 아픈 증상을 몸을 순환하는 기혈이 막혀서 생기는 것으로 본다. 몸이 약해져 기혈이 부족한 상태에서 관절운동을 하면, 근육에 분포하는 경맥인 경근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져 힘줄이 손상되기 쉽다.
특히, 환절기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신체 내 혈액의 미소순환이 떨어지는 시기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미소순환 장애상태를 `어혈`이라고 부르는데, 주변의 관절이나 근육 기능을 떨어뜨려 손상시키거나 통증을 유발한다. 어혈로 인한 통증은 바늘이나 송곳으로 찌르듯 아프거나 심하게는 칼로 쑤시듯 아픈 것이 특징이며, 회복도 더디다.
회전근개손상이 되면, 어깨나 팔이 아프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리기 힘들다. 또 팔을 올리는 즉시 어깨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들은 오십견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십견은 어깨관절이 굳어 생기는 질환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방향으로도 본인이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는 반면, 어깨회전근개손상은 특정한 동작을 취했을 경우에만 통증이 발생하며 힘들게라도 팔을 올릴 수 있다.
대개 오십견은 50대에 잘 나타나지만, 어깨회전근개손상은 힘줄의 퇴행성 변화 외에도 무리한 운동으로 생기기 때문에 야구나 배드민턴, 골프 등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에게 흔히 발견된다.
또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지만, 회전근개손상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 파스만 붙이며 치료를 지연시키면 힘줄뿐 아니라 신경, 근육까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
어깨 관절은 어떤 관절보다도 운동범위가 크기 때문에, 구조상 가장 불안정한 관절이라 할 수 있다. 회전근개가 완전 파열된 상태가 아니라면 한방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침이나 뜸으로 어혈을 풀어주어 신체 내의 기혈이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게 한다면 통증이 충분히 호전 된다.
무엇보다 운동을 갑작스럽게 하지 말고, 사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 어깨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필자 소개: 튼튼마디한의원 분당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