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모(수원 강남여성병원 원장)
보통 여성들에 비해 듬직한 체격을 가진 김경미씨(23)는 석 달째 생리를 하지 않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처음 생리를 시작한 이후로 늘 불규칙한 주기였지만 요즘같이 오랜 시간 생리가 멈춘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굴에는 사춘기에도 생기지 않던 여드름이 솟아오르고, 몸에는 시꺼먼 털들이 많아 제모를 하지 않으면 맨살을 드러내기가 부끄러울 정도여서 반팔이나 짧은 치마 등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무월경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경미씨는 무월경, 여드름, 다모증이 모두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서 오는 증상임을 전해 듣고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정상적인 여성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다낭성 난소 질환
전체 가임 여성의 5~10%에 나타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초음파상의 특징적 난소 소견과 함께 무월경, 다모증, 비만 등의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무배란성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다른 명확한 원인 없이 난소가 과다하게 안드로겐을 생산하는 상태를 뜻한다. 안드로겐은 남성호르몬이나 이와 비슷한 생리작용을 가진 물질을 가리킨다.
난소가 커지면서 비슷한 크기의 작은 난포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을 ‘다낭성 난소’라 하는데, 정상적인 배란을 하는 여성의 20~25%에게도 다낭성 난소의 소견이 보이므로 초음파 검사에서 다낭성 난소가 관찰되었다 하더라도 모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진단방법과 치료법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의 불균형에 의해 발병한다. 초음파상에서 특징적인 다낭성 난소의 소견이 발견되거나, 배란이 되지 않는 경우, 고안드로겐 혈증의 임상 증상이 있거나 혈액검사 중 두 가지 이상의 소견을 보일 때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월경이나 배란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만약 월경불순이나 다모증, 여드름 등이 나타난다면 다낭성 난소 질환이 꽤 진전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임신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임신 후 자연유산의 가능성이 높으며 습관성 유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체중감량만으로도 호전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비만인 상태에서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체중 감량만으로도 상당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비만 진단을 받은 환자가 6개월 동안 체중의 5~7%만 감량해도 75%가 배란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며 이는 정신적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체중 조절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임신계획이 있다면 배란 유도제를 사용하여 치료하게 되는데 배란 유도를 시행하기 전에 자궁내막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임신계획이 없다면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게 된다. 월경불순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저용량 경구용 피임약을 사용하게 되고, 다모증이나 여드름에 항안드로젠 약품을 처방하여 치료한다. 적절한 치료로 무배란과 무월경을 치료하면 자연히 임신 가능성도 회복되지만 치료 초기에는 임신율이 높지 않다. 또 임신이 되어도 자연유산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다낭성 난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다이어트 방법은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복부지방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낭성 난소 질환을 앓는 여성 대부분이 복부와 엉덩이, 허벅지를 중심으로 살이 찌는 경향이 있어 체중 조절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중요하며, 고단백-저탄수화물 식이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가장 이상적인 식단은 칼로리의 50%는 탄수화물로, 20%는 단백질로, 나머지는 지방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음식을 섭취할 때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