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아파도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다. 간은 염증 등 상처가 나더라도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나 재생이 될 때까지 참고 또 참는다. 하지만, 간의 이런 침묵은 오히려 병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통증이 나타날 때면, 간의 대부분이 망가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간암은 폐암에 이어 생존율이 두번째로 낮다. 2008년 기준 국립암센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암생존자 72만4천663명 가운데 간암환자는 3만6천36명(5%) 밖에 되지 않는다.
간은 양손바닥을 합친 크기에, 무게가 약 1.2~1.6kg 정도다. 오른쪽 젖가슴 아래 위치한 갈비뼈가 간을 감싸 보호하고 있다. 간암에는 간세포암, 전이성 간암, 담관암 등이 있다.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의 위험인자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B형간염, C형간염,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비만, 당뇨 관련 지방간질환, 아프리카 등지에 서식하는 곰팡이류인 아플라톡신 B 등이다.
서울대병원 이남준 외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간질환 환자들의 72.4%가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 양성, 8.6%가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 6.%가 장기간 과음 병력자, 10.3%가 기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만성 보유자는 50% 이상이 만성 간염 혹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데, 간경변 환자의 1~7%가 간암환자로 발전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해마다 2만여 명이 간질환과 간암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이중 50% 이상이 만성 B형 간염이 원인이다. 이때문에 간학회는 최근 B형 간염 보균자들의 정기 검진을 촉구하는 광고를 제작해 상영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B형간염은 모계를 통해 수직 감염 되는데, 경각심이 아니라 공포심만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간학회는 대국민 홍보가 환자들에게 심적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공익광고를 통해 간경변증과 간암의 위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인 만큼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많은 B형 간염 등 간질환 환자들이 간암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질환 환자 단체인 `간사랑동우회`가 지난해 10월 회원 8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환자의 87%인 757명이 "자신이 간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15%)며 정기검진을 받지 않거나 간암에 대해 잘 모르는 것(37%)으로 나타나, 암 예방 측면에서 적정 수준의 경각심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간암 발생원인의 대부분이 B, C형 간염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간질환 환자들의 정기검진과 간염 예방이 간암 발병을 줄이는 해법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40세 이상 남녀 중 간경변 환자나 B, C형 간염 보유자의 경우 6개월마다 `간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통해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암의 크기가 2배로 자라는 시점이 6개월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2일 국민건강보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경변이나 간암의 원인이 되는 B형 간염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06년 26만 3천여명에서 2009년 30만 3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22%, 40대 28%, 50대 23% 등으로 40~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간암은 40~50대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암이 의심이 되면 혈액검사, 간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암으로 인한 생체 변화를 관찰하고,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혈관조영술,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확진 여부를 판단한다.
암의 크기가 작거나 암 덩어리가 3개 이하인 초기 간암의 경우, 피부를 통해 간의 암 조직에 침을 삽입해 고주파를 통과시켜 암을 태워 없애는 `고주파 열 치료`, 방사성 동위원소의 일종인 `홀미움`과 이를 종양 내에 잘 머물게 하는 `키토산 혼합물`을 암 덩어리에 주입해 암조직을 죽이는 `홀미움-키토산 화합물 주입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주변 정상조직에 영향을 최소화 시키면서 암 조직에만 방사선량을 효과적으로 많이 투여해 암의 크기를 줄이는 `방사선치료`를 다른 치료와 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암은 대부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암 덩어리가 여러개인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간동맥색전술을 이용해 암을 제거한다. 암에 독한 항암제를 넣고, 혈관을 막아 암을 죽이는 방법이다.
전신적 치료를 위해서는 간동맥에 항암제 투입관을 삽입해 항암제를 반복 투여하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는 특징이 있어 해당 혈관을 막아 암세포를 굶어죽게 하는 독성이 적은 `암표적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암이 진행되면 황달 증세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 메스꺼움과 복부 팽만이 심해져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이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양 불균형이 생겨 결국 체중이 빠지게 된다.
2010년 국립암센터 위경애 임상실장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가 환자 1만4천678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암환자의 87.3%가 영양불량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평소보다 체중이 6% 이상 줄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가능성도 커져 암이 재발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암환자는 충분히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식욕이 떨어졌을 때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위주로 조금씩 자주 먹고, 한 끼에 먹는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중간에 간식을 먹어도 좋다.
그러나, 아플라톡신 B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따뜻한 곳에 곡류를 오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또, 간경변증 환자가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간암 위험이 2배로 늘어나므로 금주 또는 절주한다.
특히, 복수가 찬 간암환자의 경우에는 한끼에 티스푼 1/3분량 정도만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 유제품도 지나치게 먹을 경우 단백질이 암모니아 독소를 생성해 간성혼수 증상을 심화시키므로 치즈의 경우 1/2장, 우유는 1/2 컵만 마시도록 한다.
<식욕 돋우는 조리법>1. 파프리카, 피망, 고추, 파슬리, 당근, 파, 마늘 등 여러 가지 색깔의 채소와 토마토, 레몬 등 과일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식욕을 돋운다. 2. 참기름, 들기름 등 고소한 맛, 레몬즙, 과일즙 등 상큼하고 새콤한 맛, 꿀, 설탕 등 단맛 등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해 미각을 자극한다. 3. 특정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때는 영양성분이 비슷한 다른 식품으로 대치하거나, 조리방법을 변화시킨다. 예) 육류에 거부감이 있을 때는 생선, 달걀, 두부 등을 이용하거나, 고기 냄새를 줄이기 위해 포도주, 과즙, 새로운 소스 등을 사용해 조리하는 것도 좋다. 4. 너무 뜨거운 음식은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상온에 가깝거나 시원하게 조리한다.
<자료: 서울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