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해(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직장인 백 모 씨(24)는 요즘 밤만 되면 야식의 유혹에 빠진다. 귀가 후 샤워를 하고 TV를 켜면서 습관적으로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떠올린다. 밤에 음식을 자꾸 먹으면 습관이 되고, 결국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내 야식을 먹고 만다.   야간식이증후군, 혹시 당신도?  `야간식이증후군(야식증, Night eating syndrome)`이란,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잠을 자다 말고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는 행위를 말한다. 낮에는 식욕이 없다가도 유독 밤만 되면 식욕이 생겨 과식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저녁식사 이후 섭취하는 양이 하루 섭취량의 50%를 넘거나, 한 밤중에 깨어나 스낵류 등의 고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해야만 다시 잠이 오는 경우,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야식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밤에 섭취량이 많은 야식경향을 갖고 있으며, 100명 중 1명은 야식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야식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울증, 불안, 신체이미지 왜곡 또는 스트레스 등이 유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졸’의 분비가 증가한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요구된다.   코티졸 호르몬은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해 신체에 연료를 공급하는데, 이때 식욕이 증가한다. 또 세로토닌 분비 촉진을 위한 재료로 포도당이 요구되기 때문에 음식을 찾게 된다. 특히, 달콤하거나 짭짤한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나타난다.   각종 위장장애와 비만 초래   하지만, 밤에는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산의 분비가 줄어 섭취한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다. 또 너무 차거나 뜨거운 음식, 짜고 매운 음식 등은 위에 자극을 주어 위염, 위궤양을 일으킨다. 야식을 먹고 바로 눕게 되면 위와 식도의 괄약근이 열리면서 위안의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돼 식도염이 생기는데, 심할 경우 가슴이 쓰려 잠에서 깨기도 한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밤에 먹으면 살이 찔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활동량이 낮보다 밤에 현저하게 줄어 에너지를 소비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또 낮에는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사가 충분히 일어나지만,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지배적으로 작용해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지방으로 전환돼 몸에 축적된다.  야식을 먹고 난 다음날 얼굴이 붓는 현상은 야식으로 인해 다량의 염분이 섭취됐기 때문이다. 염분이 많은 음식을 먹고 자면 밤 새 염분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몸은 수분을 배출시키지 않고 체내에 저장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스트레스 해소에 힘써야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아침식사는 절대 거르지 말아야 한다. 잠에서 깨어난 후 아침식사를 하면 뇌가 활성화되면서 인체에 활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녁은 가급적이면 가볍게 먹어야 한다. 단, 야식증으로 잠에서 깰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사람이라면 저녁식사를 든든히 해서 위장을 채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먹는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오락거리나 운동, 음악 감상 등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잠을 충분히 자 피로를 회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계속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밤에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면, 저녁식사 시간을 아예 8시경으로 늦추는 것이 좋다. 그래도 무언가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 선에서 소량만 섭취하도록 한다. 물이나 우유 한 잔, 오이, 당근 등은 포만감을 주면서 위에 부담을 줄이고 열량도 낮으므로  적당한 밤참이 될 수 있다. 과일은 당분이 적은 수박이나 토마토 등이 좋으며, 따뜻한 호박죽, 깨죽 등도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