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경희대 한의대 진학을 꿈꾼 소년이 있었다. 그는 미국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고, 남이 덜 가는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소년은 한의학이 우리나라 전통을 잇는 의학인데도 소외 받는 현실에 분개했다. 그래서 자신이 남들이 기피하는 길을 가게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매불망 한의사만 꿈꾸던 그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의사단체의 수장이 돼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48, 사진)을 만나 한의계의 현안과 해법에 대해 알아봤다.
-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협회장으로서 일하신 소감은 어떠하신지요.
1년은 임기내 계획했던 모든 일을 성과로 이끌어내기엔 짧은 시간입니다. 일에 순서를 둘 필요가 있었죠. 우선, 65세 이상 노인들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이끌어내 노인본인부담기준을 1만5천원에서 2만원으로 늘렸습니다.
다음으로는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한 물밑작업을 했습니다. 특히, 한방 보험약에 신경썼죠. 지난 23년동안 보험이 적용되는 한방약은 그 종류와 가격이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를 뜯어 고쳐야 하는데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양방약은 다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약제평가위원회 결정에 따라 부작용 여부, 필요 정도 등에 따라 약을 추가할 수도, 뺄수도 있죠. 현재 한방은 56종, 양방은 1만9천여개의 약이 보험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방에도 심평원 산하의 약제평가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번의 건의 끝에 지난달 15일 심평원, 복지부, 식약청, 우리 협회가 참여해 위원회 신설을 위한 TF팀을 만드는데 합의했어요. 빠르면 이달 중으로 TF팀이 구성돼 활동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방약의 보험급여에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최근 국회에서는 `뜸자율화 법안`이 상정됐는데요. 어떻게 대처해 나갈 생각이신지요.
관련 법안을 상정하게 하되, 상임위원회에서 부결을 시킬 생각입니다. 상정을 막는 것은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부분의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침-뜸을 한의사만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뜸 자율화 법안은 대가를 받지 않고 타인에게 뜸 시술을 하는 간단한 의료행위는 허용해달라는 것인데, 한의사들이 겪는 의료사고의 6%가 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문인력이 아닌 사람들에게 허용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또 작년 초 부산의 쑥뜸방에서 다이어트 하던 여고생이 쑥뜸을 뜨다가 사망하거나 화상으로 피부이식을 받는 등 각종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비전문인력의 뜸 시술이 위해성이 적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뜸이라는게 하나의 시술 행위이기 때문에, 진단이 선행되어야 해요. 이 병이 뜸을 떠서 나을 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니까요. 배가 아프면 무조건 뜸을 뜨는 게 아니라, 왜 아픈지를 알고 뜸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거죠. 속이 냉해서 뜸을 뜬다면 뜸이 적절한 시술이라 할 수 있지만, 복막염에 걸려 배가 아플 때 뜸을 뜨는 것은 옳지 않은 시술이에요. 생리, 병리, 해부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단순히 뜸 시술 행위만 허용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굉장한 위해를 주는 일이라 판단됩니다.
뿐만 아니라, 건물마다 한의원이 있을 정도로 현재 한의사가 4천명 이상 과잉 공급된 상태에서 비전문인력을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노인들은 진료비 1천500원만 내면 뜸을 뜰 수 있습니다.
`뜸사랑`이 지금은 그냥 대가 없이 뜸을 떠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재료비 등 비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까지 봉사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전문인력의 뜸시술행위 허용은 의료면허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부에서도 현재 아주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관련 단체의 후원을 받은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어 현재 대검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압니다.
- ‘한의계가 위기다’라는 보도가 많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현재 한의계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지금 한의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이 이로 인해 쓰러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중흥할 시기가 올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천연물 신약, 전통의학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2008년도에 전통의학시장이 약 250조원(2천억 달러)이나 됐어요. 이는 IT시장과 비슷한 수준이죠. 학자들에 의하면, 2050년이면, 약 5천600조원(5조 달러) 시장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통의학시장이 이렇게 큰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이미 화학합성제로 약을 쓰는 시기는 지났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천연물 신약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우수한 인력이 교육, 임상, 연구를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그러므로 국가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한다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도 이를 수긍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도 `힘의 논리` 때문에 천연물 신약은 양의사들만이 처방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 그렇다면, 한의계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위기는 한의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반에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비 절감,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 증가 등으로 건보재정 적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한의계의 위기는 진단기기 사용 금지 등 제도권으로부터의 소외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양방은 CT, MRI 등 모든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험도 적용됩니다. 하지만 한방은 진단기기를 사용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감기약 한첩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죠. 의료인으로서의 권한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의계가 공공의료인 건강보험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했던 의지가 부족했던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므로, 한의계는 향후 공공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계획을 다시 짤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한약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겠죠.
- 한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현상도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과에서 1등하는 학생들이 의대-한의대학에 들어가고, 문과에서 1등하는 학생들이 법대에 진학하는 현실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한의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기 때문이죠. 물론 한의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리 좋은 청년들이 들어와서 공부를 안 하는 것보다 한의학을 더 사랑하고 내 것처럼 아끼며 진취적으로 생각하는 인재가 들어오는 게 더 중요해요. 그래서 미래의 한의사를 위해서 지금이 중요해요. 현역 한의사들이 비전을 보여줘야 좋은 인재가 꾸준히 들어올 것입니다.
- 한의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양방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의사협회나 저희 협회 회원들과의 내부협의가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통합의학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의학의 패러다임이 문제가 있거든요. 지금은 서로 다른 두 의학이 나뉘어져 환자들이 병을 어디에서 고칠지를 고민하게 만들어 놨어요. 경험한 바에 의하면, 양방 치료로 죽었다 깨어나도 낫지 않는 병인데도 환자가 양방을 우선 선택하면, 온갖 검사와 진단들을 받느라 돈, 시간, 비용을 모두 소진하게 돼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서양의학적인 수술이 필요한데도, 한방에 의존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의료인들이 양한방 모든 의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효과가 빠르면서도 저렴한 비용의 치료를 제공하는 겁니다.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는 의료인이 고민하는 것이지, 환자가 하는게 아닙니다. 지금 상황은 의료인이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통합의료에 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려 했습니다. 작년 10월에 양쪽에서 4명씩 모여 통합의학 TF팀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회 정도 회의를 했어요. 안타깝게도 현재 의협 내부 사정으로 인해 논의가 중단됐습니다. 의협 내 젊은 의사들은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란 의견이 강한데 반해 산전수전 다 겪은 의사들은 경험의 의학, 역사적 근거들로 이뤄진 한의학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의협 대의원총회(24일) 이후에는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통합의학 제도의 필요성, 접근 방법 등을 논의하고, 회원들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나눌 생각입니다.
- 한양방 일원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만약 통합의학이 된다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번에 의사와 한의사를 합쳐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장` 보다는 `교육`부터 통합하는게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대와 한의대를 합쳐 양쪽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모두 알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리고 면허를 하나로 받게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기존 의사와 한의사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켜 양방적인 부분을 한의사가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한방적인 부분을 양의사가 이용할 수 있게 보완해야 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추진되진 않겠지만, 논의가 진행되면, 임기 내에 해결하고 싶습니다. 분명한 것은 의협 경만호 회장이나 저 둘 중에 한명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현실화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경회장과는 협회 회장직을 맡기 전에 각각 서울시 협회장을 했기 때문에 친분이 있어 통합의학에 대한 견해를 많이 공유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은 제 생각이고, 회원들의 여론도 고려해 추진할 예정입니다.
- 최근 정부가 천연물 신약 분야에 투자를 1조원 넘게 하겠다고 결정하면서, ‘한방의 가치’를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한방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자연에서 나온 새로운 약들이 바로 천연물 신약입니다. 천연물신약은 한방원리에 따라 개발된 한약제제와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개발된 생약제제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방쪽에서는 천연물 신약이 곧 한약입니다. 아마존강에서 찾으면 천연물 신약이 되는 것이죠. 천연물 신약의 대부분을 한약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방의 강점은 바로 자연에 기초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자연물은 정-반-합(正反合)이라고 해서 정상적인 기운과 반대되는 기운, 또 이들의 조화로 이뤄집니다. 모든 자연물은 정-반-합을 거치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비교적 인체에 안전합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탄생한지 수십만년이 지났고, 고도의 발전된 문명사회에 살고 있지만, 변함없이 사람들은 자연물을 주로 먹고 있잖아요?
하지만, 화학적 화합물로 만든 양약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2008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에리스로 마이신` 등 6종의 항생제가 한강 하류로 갈수록 많이 검출돼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아 보니, 서랍장에 남겨줬던 약들을 사람들이 무심코 싱크대나 화장실에 버렸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 약사회에서 불용의약품을 수거해 소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강물을 오염시키고 독성을 지녀 땅에 버릴 수도, 강물에 흘려 보낼 수도 없어 별도로 폐기 처리하는 양약은 과연 사람들에게 안전한 것일까요.
또 아스피린은 만들어진지 약 140년 정도 됐는데, 최근 들어 간독성 등 부작용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도 30~40년 전에만 해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신장에 부작용을 일으켜 이를 사용하는 의사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면 의협에서 반대할 정도에요.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죠.
- 한의학이 과학적이 아니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의학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한의학에 기초한 약들이 동물시험, 임상, 이중맹검을 거쳐 만들어지지 않아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약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는 등 다른 부작용 때문에 폐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삼, 감초 등 한약재는 수백년, 수천년 동안 사람들이 먹어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수백세대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셈이죠. 근거를 이야기할 때 과학적인 근거(scientifical evidence)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역사적 근거(historical evidence)도 중요합니다.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본부 회의가 대전에서 열렸는데, 향후 10년(2011~2020년)동안 의료계 발전 방향의 아젠다를 잡는 자리였어요. 저는 그때 한의학을 서양의학의 잣대로 과학화 할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한의학은 인체의 생명활동의 기본을 정 (精), 기(氣), 신(神), 혈(血) 4가지로 나누는데, 정과 혈은 형체가 있지만, 기와 신은 형체가 없기 때문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저급한 과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실증적인(전통적인) 경험(empirical experience)이란 용어로 한의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경험을 중시해야 함을 공감했습니다.
- 근육내 자극요법 IMS(intramuscular stimulation), 첨단진단기기 사용 등 아직도 양방과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동안 IMS는 닥터 건이라는 사람이 미국에서 창시했다고 알려져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있습니다. 그는 화교이자 말레이시아 출신의 의사입니다. 그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을 때,만성통증에 대한 관리를 위해 참을 서양사람들에게 설명한 것이 바로 IMS입니다. 즉, 서양의사들에게 침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신경근을 자극하는 의료행위라고 이야기 한것이죠.
양방에서는 처음 보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신기술로 생각해 IMS라고 명명한 것일 뿐입니다. 실제 닥터 건도 한 인터뷰에서 IMS가 중의침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MS의 경우 이제 조만간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입니다. 만약 그때 의사도 침을 쓸 수 있다고 결정이 된다면, 한의사 면허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대법원 판결이 납득하기 어려울 경우, 우리들은 거리로 나가는 등 강력한 저항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는 그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대법원에 자료를 충분히 제출한 상태입니다.
또 의료기사 지도권,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이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진단기기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검증, 실습하는 것이 강화돼야 한다고 판단하거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한의대 학장 협의회를 통해 개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나 화학자들은 첨단기기를 사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확인하는 일은 이미 ‘상식’이라고 말합니다. 인류의 상식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의사들인 것입니다. 화학자들이나 물리학자들이 개발한 문명의 이기를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냥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웃기는 일입니다. 어부들이 그물 칠 때도 초음파를 이용한 어군탐지기 사용해 그물을 치는데,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을 한의사가 쓰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한의사들이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소송, 입법 발의를 준비중입니다.
- 그렇다면, 한의계 발전이 의료계에 기여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한의학이 세계화되고 인류에게 많이 공급되는 것은 삶의 질과 수명 연장에 확실히 기여할 것입니다. 현대 서양의학이 인도, 유럽, 한-중-일, 베트남, 몽골의학 등 전세계 의학을 100년만에 서양의학이 평정했습니다. 19세기 말에 전쟁이 빈발하면서 외과적 수술을 요하는 창상이 많이 발생했고, 위생이 나빠 감염병이나 전염병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백신의 개념이 있던 서양의학이 단숨에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위생이 좋아지고, 고령화로 인해 만성병, 퇴행성, 노인성, 성인병 등의 질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서양의학의 패러다임만이 인류 삶에 기여할 수 없는 것이죠.
이러한 때에 전통의학이 제 역할을 해 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일본의 7배나 됩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노인들이 일본 노인보다 무릎이 7배나 약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또 진단기기들이 발달하면서 옛날에는 필요 없었던 미세한 부분까지도 진찰해서 없애 버리는 등 과잉된 수술이 이뤄지고 있어요. 갑상선암 같은 경우에도 1cm 이하는 인체에 위해하지 않지만, 이를 수술함으로써 갑상선암 환자를 늘렸죠. 이렇게 약, 수술 등은 이제 고령화 사회에는 역할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WHO에서도 각국의 전통의학을 활용하는 것이 고령화시대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 한방의료의 국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통계청 조사에서 한방이 의료서비스 5년연속 국민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국민들은 한의학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단지, 보험적용이 잘 안되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턱이 높게 느끼는 것일 뿐입니다. 이는 낮은 의료 보장성 때문입니다. 현재 한방의료의 보장성은 4%밖에 되지 않습니다. 95%이상을 양방이 차지 하고 있죠.
정부는 한방의료의 보장성을 늘리기 위해서 전체의 파이는 일정하기 때문에 파이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방의료의 보장성을 늘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불필요하게 병원에서 검사를 받거나, 먹지 않는 약을 타서 집에 썩힐 필요가 없죠.
이는 곧 불필요한 수술, 투약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적인 재정절감에 기여할 것입니다. 현재 사람들은 양방이 의료보장성이 높기 때문에 허리를 삐끗했을 때나 경미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X-레이, CT, MRI 등을 이용해 갖가지 검사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들에서 방출되는 방사능 양은 최근 발생한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량보다 몇 십배, 몇 백배나 많습니다. 또 국소 수술에도 전신마취 등을 하는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한방의약분업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개인적으로 의약분업은 한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약분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의사들이 약과 의 모두를 하려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한방은 둘을 분리할 수 없는 학문이에요. 서양의학의 틀에 자꾸 맞춰 자꾸 이야기 하는데, 예를 들면 사상체질의학에 따르면, 인삼은 소음인에게는 약이되지만, 소양인에게는 독이 될 수 있어요. 의약분업의 대상은 한약사 또는 약사에요. 그들이 체질 감별 할 수 있는 진단 능력이 있을까요.
또 의약분업의 기본적인 모토는 약에 대한 안전성을 이중으로 검증과 오남용 방지입니다. 지금까지 한약이 오남용으로 사회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습니다. 또 한약재는 찌고, 볶는 등 다양한 복제에 따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의약분업을 할 수 없어요. 이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복합과립제에 한해서 의약분업 논의가 나오고 있는 거에요. 하지만 이 경우도 불가 합니다. 한약사나 약사들은 다양한 변증에 따른 처방을 하지 못해요. 예를 들면, 육미지황환의 경우 음기가 허할 때 사용합니다. 한방에서 음기가 부족하면 허리가 시큰거리고 아프고, 소변을 자주 보고, 식은땀을 자주 흘리는 등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당뇨, 고혈압, 결핵 등의 병이 생기죠. 이 모든 병증을 하나의 약으로 처방해야 해요. 하지만, 이를 그들이 알기는 힘들어요.
- 남은 임기동안 어떤 자세로 임하실 것인가요.
제 좌우명은 지시부종(知始不終)입니다. `알면 시작이고, 모르면 끝`이라는 말이죠. 저는 많은 사람들이 한의계 상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것 자체가 시작의 계기가 되니까요. 지난 1년 동안 정부, 언론, 정치 관계자들에게 한방을 알리느라 만난 횟수가 487회 정도 됐습니다. 다행히 제가 잠을 덜 자도 건강해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감사한 일이죠. 매주 수요일 오후만 진료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협회 일에 매진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스스로는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남은 두 해동안 한방 발전의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