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의료인`,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장금`. 이은미 한방의료관광협회장(53, 사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같은 호칭이 적당하지 않을까.
현역 한의사인 그는 한방에 처음으로 미용이란 개념을 도입했고, 한방 성형을 활성화 시켰다. 이제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한방의료의 매력을 알리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며 개척자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이은미 회장을 만나봤다.
서울 도심 명동에 개업중인 이 회장은 혼자서 환자를 맞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부원장은 얼마전 육아를 위해 퇴직했는데 아직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는 한방의료관광이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소한 경험에서 비롯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2003년 관광 가이드 였던 환자의 소개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연이어 찾아왔어요. 한방치료가 일본인 여성에게 관광상품으로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죠. `이거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죠. 일본은 현재 전통의학이 사라져, 침구사가 침을 놓아주고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있어요. 하지만, 많은 일본 여성들은 전통의학인 한방에 신뢰를 갖고 있죠. 이 때문에 한방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 치료에도 적극적이에요."
이 회장에 따르면, 의료 관광상품으로서 한방의 강점은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빠르며, 예후가 좋다는 것. 많은 외국인들이 한방치료를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이유다.
"작년 4월 말 71세 일본 여성이 저를 찾아왔어요. 키 170cm에 몸무게가 79kg이나 나갔는데, 고혈압-고지혈증으로 체중을 10kg 감량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혼자서는 도저히 살을 뺄 수 없다고 하자, 딸들이 제 한의원을 찾아 줬대요. 그 환자는 한달 보름동안 3차례 한국에 일주일씩 머물며 한방다이어트를 했죠. 그 결과 7kg을 감량하고 돌아 갔어요. 효과가 좋으니까 일년만에 다시 찾아왔더라고요. 1kg 정도 체중이 다시 늘어난 상태였지만, 일주일간 다이어트를 해서 3kg을 더 감량했습니다. 다음에 3kg을 더 빼서 돌아오겠다고 말했어요."
한방의료관광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늘면서, 정부도 한방의료관광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글로벌 한방 코리아`라는 슬로건 아래 2013년까지 지자체들에 1조600억원을 지원해 한방의료관광객 5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 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한방의료관광객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방의료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여성들이 한방의료의 주요 타깃층이였던 이유는 한방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죠. 실제로 한방에 대한 원리, 치료 방법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치료를 권하기는 어려워요. 그만큼 한방에 대한 홍보가 안되면 한방의료관광이 발전할 수 없어요. 오늘 오전에도 인도의 난임부부가 왔는데, 한방에 대해 이해도가 높았던 부인은 한방치료에 적극적인 반면, 남편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또한 이 회장은 한방의료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외국인만 유치하면 고객을 실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협회에 가입한 한의원 및 관련 기관이 200곳이 넘지만,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절반 밖에 되지 않아요. 치료 시설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있죠. 복지부나 관광공사 등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그에 앞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해요. 충분한 의료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치료 기술도 발전 시켜야 겠죠. 외국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무작정 한방의료관광의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합니다."
한방의료의 내실화와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 `대장금 한방의료 체험행사`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오는 7월까지 열린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까지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내 옥인동 윤 씨 가옥에서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이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은 46개국 1천213명으로, 올해는 5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장금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외국인들의 접촉이 가장 쉬운 곳이에요. 일본인 등은 입소문 등으로 한의원에 직접 찾아 오지만, 서양인들은 아직 그렇지는 못한 상태에요. 그래서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인 대장금에게 외국인들이 한방치료를 받게 해서 기억에 남게 하려 기획했어요. 2011년을 살고 있는 현대의 대장금이 자신을 치료해줬다면, 쉽게 잊혀질까요? 그렇지 않을 게예요. 다른 홍보 수단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대장금 행사에서 사용된 현대기기들은 많은 외국인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어요. 한국의 한의학이 컴퓨터까지 사용해 진단을 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죠. 중국인들조차 중국에 비해 기기 사용이 많은 우리나라 한방치료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하더라구요."
이 회장은 이번 행사 또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루 7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100잔의 한방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한약에 비해 쓰지 않고 환자의 체질에 맞게 제공되는 한방차는 특히 호응이 좋아요. 지금은 제한된 수의 환자를 무료진료하고, 한방차를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상진료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려 합니다. 문화부나 관광공사에서 계속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상설화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실적이 좋으니까요."
그는 대장금 행사를 통해 한방의료관광의 발전을 확신했다고 단언했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위주인 양방의료관광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더욱 선진화돼 있어요. 단지 수가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한방의료에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중국뿐이에요. 하지만, 중국은 이제야 의료관광에 눈을 뜨기 시작할 정도로 늦었죠. 또한 한국의 독창적인 의학체계인 사상체질을 이용한 한방치료, 피부미용, 노화방지, 한방성형은 큰 강점으로 작용해요. 특히,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은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미용에도 관심이 많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건강관련 여행 수입액은 6천170만달러로 지출액 5천990만달러보다 180만달러가 더 많았다. 1∼10월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한국은행 국제수지 항목에서 ‘건강관련 여행수지(건강 여행수지)’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한방의료관광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치가 없다.
이 회장은 현재 한의계가 주력해야 할 것은 외국인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의료상품의 개발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한방의료관광을 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1~2회 치료밖에 하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이제는 요양 환자 등 장기간 머물러 있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라 생각해요. 뛰어난 자연경관과 숙박시설, 약선음식, 한방의료를 다양하게 결합한 상품들을 만들어 더 많은 한방의료관광객을 유치해야 합니다."
그는 한방의료관광의 최종 목표로 메디컬 리조트를 제시했다.
"저는 어렸을 적에 몸이 많이 약했어요. 그래서 병원을 자주 찾았죠. 하지만, 몸은 더욱 아프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약을 먹게 되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한의사가 돼 내 몸을 살려야 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 몸,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한방에 대한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요. 메디컬 리조트를 설립하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노후에 요양을 하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겠다고 다짐했어요. 주말에만 놀러가는 별장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메디컬 리조트에 함께 살면서 치료도 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거죠. 친화 전략으로 한방의료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