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과거 `순한 암`으로 불려왔으나, 최근 전이성이 높은 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한 암`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서양에서 남성 환자 암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를 차지할 만큼 위협적이다.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비교적 낮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인의 경우, 서구식 식습관과 고령화로 최근 그 수가 급격히 늘면서 아시아 국가중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립선암 환자 수는 2만3천940명이다. 5년생존률은 86.2%로 미국 99.1%, 캐나다 95%에 비해 크게 낮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의 도움말로 전립선암의 원인, 증상, 치료,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고령화, 육류섭취-남성호르몬 증가 등으로 발병 늘어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상징적인 장기로 정액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기 중 하나이다. 방광에서 나오는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전립선은 남성 성기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남성호르몬에 의해 증식된다.
전립선암은 50대 전후로 발생하기 시작해 65세이상에서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 노인인구의 급증과 맞물려 국내 전립선암 발생률 역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립선암의 약 9% 정도는 가족력에서 비롯한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생률이 없는 경우에 비해 3~8배나 높다. 55세 이전에 발생환 환자의 25%이상에서 유전적 소인을 보인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역학연구에 의하면, 전립선암의 발병과 전립선암의 진행에는 환경적인 요인과 영양·식생활의 요인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식생활은 초기 단계의 전립선암을 임상적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됐다.
아시아인은 미국인에 비해 전립선암의 발병률이 낮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시아인들은 이민 가지 않은 같은 종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민 후 동물성 지방 섭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성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것과 음주, 흡연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남성호르몬의 증가는 전립선 정상 상피세포는 물론 초기 전립선암 세포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남성 호르몬을 장기적으로 투여했을 때 전립선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호르몬은 육식이나 고지방 식품을 섭취할 때 많이 분비되며, 칼슘의 과잉 섭취 역시 전립선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비타민D가 부족하거나 다량의 카드뮴에 노출됐을 때도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증상 없어.. 배뇨장애 나타나면 발병 의심해야
전립선 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 암이 전립선의 가장자리에 많이 생기고, 바깥쪽 암덩어리가 안쪽에 비해 빨리커지는 특성이 있어 소변기능에 이상이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암이 자라 요도를 압박하면 여러 가지 배뇨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는 전립선비대증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또 두개의 질병이 함께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정밀 검사를 하지 않으면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 암을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힘을 주어야 나오는 경우 △자주 소변이 마렵거나 △잔뇨감이 들 경우 △소변이 밤에 자주 마려워 잠이 깨거나 △소변을 잘 참지 못하면 즉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PSA, 직장 수지 검사, 초음파 검사로 조기진단
전립선암의 진단을 위해서는 전립선 특이항원(PSA: Prostate Specific Antigen) 검사와 직장 수지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한다. 전립선 특이 항원은 전립선에서 만들어지는 당단백질로 전립선의 정상구조가 파괴되었을 때 혈중 농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정상범위는 PSA 수치가 4~10ng/ml인데, 10ng/ml이상이면 전립선 암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50대 이상일 경우, 매년 검사를 받고, 40대 이상의 경우, 가족중 환자가 있으면 받도록 한다.
전립선암은 진행될수록 전립선 전체가 딱딱해지면서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느껴진다. 진행이 많이 될 수록 전립선과 주변부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직장에 손가락을 넣어 촉지하는 직장수지검사는 가장 오래된 검사 방법이지만, 암의 진단은 물론 주변 조직에 전이 여부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음파 검사는 항문으로 초음파 기계를 넣어 직장을 통해 전립선의 상태를 살핀다. 정상적인 전립선은 좌우대칭인데 반해, 암이 발생할 경우에는 형태가 파괴되거나 전립선의 각 영역이 불분명해진다.
전이 여부, 연령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 달라
암이 주변조직을 침범하지 않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으면,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근치적 수술이 일차적으로 선택된다. 고령환자에서 전립선비대증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초기 전립선암이 우연히 발견됐을 때에는 근치적 수술이 아닌 치료법도 같이 고려될 수 있다. 전립선암이 주위 장기로 침범하거나 전이된 경우에는 방사선치료나 호르몬치료 등을 한다.
`전이성 전립선암`의 치료에는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차단하거나 억제해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이는 완치를 위한 치료법이 아니다. 또 장기간 시행되면 이에 내성이 생긴 `호르몬 비의존성 암세포`가 성장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호르몬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전립선 암이 지속적으로 진행, 악화되는 경우에는 항암요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죽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항암치료 시 구역질, 손발 저림, 탈모 등이 뒤따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도 시행된다. 암 제거율이 높고, 발기 관련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어 수술 후에도 발기능력을 보전할 수 있으며, 수술 후 소변이 새는 요실금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립선암 수술의 대가인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패트릭 월시 교수는 "개복 수술을 할 경우 환자의 발기력 보전율이 70%인 데 비해 로봇 수술을 하면 90%가 넘는다"고 밝혔다.
수술 후 정상적인 성생활·배뇨 기능과 빠른 사회생활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수술법이다. 하지만, 로봇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은 1, 2기 환자이어야 한다.
토마토, 마늘, 콩, 셀레늄 등 충분히 섭취.. 정상체중 유지 노력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동물성 고지방식을 피하고 토마토, 마늘, 호박, 당근, 콩 등 과일과 채소, 두부, 그리고 고등어 등의 생선 섭취를 즐기는 식생활이 필요하다. 금연하고 과음을 피하며 매일 꾸준한 운동을 통하여 정상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익힌 토마토에 리코펜 = 토마토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 성분 때문이다. 리코펜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전립선 질환의 예방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코펜은 열을 가할 경우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토마토를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으면 항암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마늘에 있는 알리신 =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팀은 2년간 동물실험 결과, 마늘 추출 물질이 전립선암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회 및 세계적 영양학 학술지인 `영양과 암(Nutrition & Cancer)`지에 발표해 마늘의 항암 성분인 `알리신` 등이 효과적으로 전립선암의 발생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두부 등에 들어 있는 대두단백질 = 미국 쏠레 암연구소 책임연구원 린 얀 박사는 "매일 대두단백질을 섭취하면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간단하게 대두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두부를 들 수 있다.
등푸른 생선에 있는 DHA와 EPA = 랜싯(Lancet) 2001년 6월 호에 따르면, 3천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30년 간 조사한 결과, 생선을 거의 먹지 않은 그룹이 많은 양의 생선을 꾸준하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전립선암이 2~3배 더 많이 발생했다. 이 논문은 생선 중 EPA와 DHA가 많은 연어, 청어, 고등어의 섭취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생선, 육류, 곡물, 씨앗류 등에 함유된 무기 셀레늄 = 미국 국립 암연구소의 필립 테일러 박사는 "무기 셀레늄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거의 섭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률이 매우 낮았으며, 항산화제인 비타민E와 함께 복용하면 예방 효과가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은 매일 30분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