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의 인세반(미국명 스테판 린튼) 회장이 지난달 19일 방북, 30일까지 북한내 내성결핵 환자들에게 약품을 전달하고 돌아왔다.유진벨재단은 지난 3월 말 통일부가 영ㆍ유아 등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 재개를 허용한 이후 약품반출 승인을 받은 첫 수혜 단체로 1년에 2∼3차례 방북해 대북지원사업을 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교류를 대폭 제한한 5·24조치 이후인 작년 10월 말에도 7박8일 일정으로 방북했다.
미국 국적자인 인 회장은 11일 기자와 만나 "남북관계 악화에도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남북한이 어느정도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방북 소감을 밝혔다.4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미 선교사 집안 자손으로 1994년부터 대북지원사업을 해온 인 회장은 어린 시절을 전남 순천에서 보내 한국말이 유창하다.인 회장은 "여러 사건으로 남북교류가 거의 중단된 상황이지만 한국 정부가 내성결핵약의 반출을 승인해줬고 북한에서도 협조를 잘해줘 아무 문제 없이 결핵환자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고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이어 "내성결핵센터에 대한 모니터링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환자 상태를 눈으로 보고 관리서류도 일일이 점검하는 등 철저한 모니터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핵의 발병원인 중 하나가 영양부족인 만큼 여건이 조성되면 영양제나 식량 지원을 추가지원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유진벨재단은 2009년부터 평안남북도와 평양시, 남포시 등 북한 서북지역에 내성결핵센터 6곳을 마련해 내성결핵환자 약 500명에게 완치될 때까지 약품을 공급하고 있다.방북때 북한 주민들의 객담(가래)을 받아와 한국에서 분석한 뒤 다음 방북때 환자 상태에 맞는 처방약을 전달하는 방식이다.이번 방북에서는 결핵 완치로 `졸업`하는 환자 약 20명에게 색종이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는 뒤풀이를 했다.내성결핵 치료에는 길게는 3년이 걸린다. 첫해 9명에 불과했던 지원대상 환자가 급증해 현재 입원환자만 463명이나 된다.그러나 난관도 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로 후원금 모금에 타격을 받았다. 내성결핵 치료에는 일반결핵약보다 5배 비싼 2차 결핵약이 필요해 환자 1명당 약 500만원의 약값이 든다.인 회장은 "생활이 어려운 국경지역뿐 아니라 평양에도 내성결핵 환자가 많은 것은 이들이 약을 스스로 구해 `어설프게` 복용했기 때문"이라며 "약품을 충분히 공급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처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인 회장은 "지난 3년간 북한에서 진행한 내성결핵 퇴치사업의 점수를 매긴다면 `C+`"라며 "연말에 센터를 점검한 뒤 예산이 뒷받침되면 지원규모를 늘려 더 많은 결핵환자를 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