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10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군 병사들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 ABC 방송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방송은 미 육군 자체 보고서를 인용해 상당수 병사들이 술과 마약에 중독돼 있거나 심한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문제를 가진 병사들 때문에 적군보다 오히려 아군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병사들이 전장에 투입되는 횟수가 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이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군 지도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적절한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피터 치아렐리 미 육군참모차장이 주도해 작성한 보고서는 군인들의 자살과 과도한 음주, 약물 과다 복용, 범죄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자살 병사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 2008년에는 민간인 자살률을 넘어섰다.   상급자나 동료의 주의 부족과 병사들의 약물 과다 복용이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06~2009년 사이 1천 38명의 비(非) 전투 사망자 중 88%가 약물이나 음주 같은 `고위험행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0%의 자살은 전장이 아니라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 이루어졌으며, 결혼한 23세의 백인으로 전장에 한 번 이상 투입된 병사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특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병사들의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병사 가운데 13%가 PTSD를 겪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자살한 병사 가운데 9%가 PTSD를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위의 무관심도 도마에 올랐다. 보고서는 자살자가 몇 주 뒤에나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한 병사는 자살 후 5주가 지난 뒤 집세를 안 낸다는 집주인의 신고로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병사들의 약물 사용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 동안 약물 사용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도 2006~2009년 사이 복용량이 2배나 늘었다.   전체 병사의 3분의 1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14%는 강력한 진통제를 상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미군이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전투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사들의 약물 의존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군 지휘관들은 약물 테스트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군대 내 범죄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매년 5천 건 정도의 경범죄가 추가로 발생해 올해에는 5만 5천 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범죄도 2003년 이후 3배나 늘었다. 가정 내 폭력은 지난 6년 동안 177%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도 군기를 세우기 위한 군 지도부의 노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한 예로, 2~3번 이상 중범죄를 저지른 1천 54명의 병사들이 여전히 지금도 복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과 2003년 강간을 저지른 한 병사가 2004년에 다시 3명의 여성을 성폭행해 또다시 구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전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사망하는 병사의 수도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사고나 약물 과다 복용 등의 `고위험 행위`로 목숨을 잃은 병사가 전사한 병사의 수를 넘어섰다.   보고서는 이처럼 문제가 확산하는 원인으로 고위험 행위에 노출되기 쉬운 전투 투입 병사들에 대한 군 지도부의 관리 태만과 리더십 부족을 꼽았다.   특히 한번 전장에 투입됐던 병사들이 재충전을 위해 충분한 휴식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군 지도부는 이들을 서둘러 전장에 되돌려 보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현재 `1년 전투 투입, 2년 귀가`로 된 육군 복무 규정을 `3년 귀가 뒤 전투 투입`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군 지도부가 심화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전투병력 수를 유지하기 위해 위험 요소들을 고의로 무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결과는 비극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jyou@yna.co.kr 
최종편집: 2025-05-03 01: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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