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병원들이 로봇수술의 장점만 부각한 수술시스템 제조회사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로봇수술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데이 20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존스홉킨스 대학 외과 교수 마티 매커리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 6월 미국내 200병상 이상의 병원 400곳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40% 정도가 `로봇수술이 기존 개복수술보다 좋은 수술’이라는 제조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오도시키는 주장”이라며 "사람들은 병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을 신뢰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커리 교수는 "미국에서 로봇수술은 지난 4년간 400% 이상 증가할 정도로 엄청난 붐을 일으키고 있다"며 "대중들이 더 많은 기술이 더 나은 치료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로봇수술의 증가는 병원의 마케팅에서 기인했다.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로봇수술 마케팅은 병원을 위한 아주 성공적인 전략”이라며 “환자들이 로봇수술을 시행하는 곳을 앞서가는 병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조사결과, 전체 홈페이지의 89%에는 로봇수술이 재래수술보다 낫다고 게재돼 있었다. 또한 85%는 `통증이 더 적다`, 86%는 `회복이 더 빠르다`, 80%는 `흉터가 더 적다`, 78%는 `출혈이 더 적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봇수술의 위험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이밖에 73%는 제조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33%는 제조회사의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해 놓았다.
매커리 교수는 “병원들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이 제조회사가 제공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로봇 팔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2차적인 절개가 필요하며 마취를 오래 해야 한다는 등의 로봇수술과 관련된 위험을 게재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솔직히 말하면, 로봇수술에 대한 장점은 과장되었다”며 “암 치료 결과가 좋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32%의 병원 홈페이지에서 로봇수술이 암을 개선했다고 주장했지만, 환자들은 재래수술과 마찬가지로 합병증을 겪고 있다는 것.
매커리 교수는 "미국 병원내 로봇수술의 80%는 비뇨기과와 부인과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이중 일반 개복 수술과 로봇수술을 비교하는 무작위 실험은 없었다"며 "이것은 미국의 의료서비스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다빈치 로봇의 제조회사인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크리스 시몬즈 마케팅 국장은 “로봇수술의 장점에 관한 자료가 많다. 병원 입원기간, 출혈, 합병증, 암 치료 등에서 (일반 개복 수술보다) 더 낫다”며 매커리 교수팀의 연구를 반박했다.
하지만, 뉴욕시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B. 사마디 로봇수술과장은 “매커리 교수팀의 말에 일부 진실이 있다”며 “일부 홈페이지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이 있어 환자들은 그 정보가 옳은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마디 과장은 "성공적인 로봇수술의 핵심은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기술`과 `경험`이다"며 "경험 많은 의사에게 로봇수술은 대단한 도구이지만, 만약 충분한 훈련이 없다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과잉 시행 됐으며, 때로는 숙련이 덜 된 의사에 의해서도 실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로봇수술 결정은 환자에게 달려 있다”며 “로봇수술을 받기 전에 환자들은 먼저 로봇수술의 위험과 장점을 이해하고, 또한 의사가 숙련돼 있으며 매년 많은 수술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의료 서비스 품질 저널` 온라인판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