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이은미여성한의원 원장)   "난소낭종이라구요?" 겨울비가 간간히 뿌리던 12월 어느 날, 난소낭종으로 마음고생을 해오던 환자가 찾아왔다. 26살의 한창 아름다운 나이의 여성 Y씨. 오랫동안 병에 시달려온 탓인지 첫인상이 몹시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 피부 또한 푸석푸석했다.   수년전 응급수술로 왼쪽 난소를 절제하고, 이제 26살이었다. 결혼을 꿈꾸던 중 오른쪽 난소에 무려 8cm에 이르는 난소낭종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은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그녀는 답답함과 걱정으로 흐느끼느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나에게 왔을 당시에는 산부인과에서 차마 수술은 권하지 못하고 주사기로 낭종 속의 물만 뺀 상태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녀의 난소낭종이 기형종이 아니라 단순 낭종이라는 것.  이전에 수술을 받을 정도로 난소에 문제가 심각했다면 최소 6개월에 한번씩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 주의사항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점이 그녀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소의 이상 반응을 초기에 발견했더라면 한방치료로 쉽게 치료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컸다.   병력을 들어 보니, 그녀의 난소와 자궁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오래전부터 하복통과 변비, 생리통이 심했고 생리 전이면 푸석푸석하게 잘 붓는 편이었으며 항상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한 이후로 직장 스트레스 때문인지 가슴이 답답하고 벌렁거리는 증상이 수시로 나타났고 고질적이던 생리불순과 생리통이 더욱 심해졌으며 생리 혈이 덩어리져서 나오는 현상도 자주 있었고, 손발과 하복부가 찬데다 손바닥에는 땀이 많이 난다고 했다. 양방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난소낭종의 수술 기준을 6cm로 잡고 있다. 크기가 1~4cm 정도일 경우 그냥 두고 경과를 관찰해보자는 진단을 내린다. 자연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난소낭종의 크기는 8cm로 수술외의 방법으로 치료하기는 부담스러웠다. 자궁의 직경이 평균 8cm정도인데, 그만한 크기의 혹이 직경 3cm의 난소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수술 받은 적 있는 10cm 크기의 낭종 역시 상당한 크기였다. 이렇게 낭종이 커지면 그 무게 때문에 아래로 처지게 되고 운이 나쁘면 경염전이가 나타나 낭종이 비틀려 꼬이면서 급격한 복통이 유발된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임기의 여성들은 미혼이든 기혼이든 누구나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으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갑자기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가 그치지 않는 등의 증상이 생긴 후에는 이미 수술외의 방법으로 치료하기에는 늦은 경우가 많다. 조기 진단이야말로 조기 치료의 첩경이라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Y씨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수술 받은 왼쪽 난소에 이어 오른쪽 난소낭종을 제거하면 난자를 만드는 난소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진찰이 끝난 후 나는 그녀에게 12주 난소낭종 치료 프로그램을 처방했다. 스스로 생리기능을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있는 그녀의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회복시켰다. 자궁과 부속기의 어혈을 풀어주어 기혈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전신적인 생리기능을 활성화했다. 또 노폐물을 배출시켜 난소가 스스로 배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치료가 얼마나 빨리 낭종을 줄여줄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젊음과 절박한 심정이 오히려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6주가 지난 2월 초, 그녀는 생리를 했고, 생리통이 많이 줄어드는 희망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의 생리는 많은 변화를 보였다. 다음 달에는 양은 많지 않았지만 과거와 달리 덩어리 등이 보이지 않았고, 색이 좋아졌으며, 생리통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달엔 거의 정상적인 생리를 보였다.   마무리 치료 기간인 6주 뒤,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좋아지자 나는 그녀에게 예전에 진단 받았던 산부인과에서 다시 검진을 받게 했다. 그런데 그녀를 온통 절망에 빠뜨렸던 바로 그 낭종이 거의 없어지고, 낭종이 있던 자리에는 흐릿하게 어혈이 고여 있는 흔적만이 남아있다는 놀라운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진료한 건 그녀를 처음 만난 지 6개월째 되는 5월이었다. 이제 그녀의 자궁은 누구보다도 건강한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상태로 호전되어있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제 엄마가 될 수 있는 완벽한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결혼을 하려면 이렇게 몸이 좋을 때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녀가 엄마가 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썩은 가지만 잘라낸다고 해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뿌리가 가장 중요하고, 일단 썩은 가지가 생겼을 때는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원인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난소에 생긴 물혹도 이것을 잘라낸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물혹이 생기게 된 원인 치료, 즉 난소와 자궁이 건강해지고 기혈순환이 잘 되어야 비로소 완치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고 또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기통즉불통, 기불통즉 통(氣通則不痛, 氣不通則 痛)’ 즉 기가 소통이 잘 되면 아픈 곳이 없고, 기가 소통이 되지 않으면 아픈 곳이 생기게 마련이다. 내 몸의 기의 흐름, 그것을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다.  
최종편집: 2025-05-02 03: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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