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준 (서울백병원 신경외과 교수)
전체인구의 80%정도가 최소 한 번 이상은 경험해봤을 요통. 이 중 7~10%는 만성요통으로 고생하며, 1%는 신체장애를 겪기도 한다. 그러므로, 허리질환의 원인, 치료-예방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 잦은 컴퓨터 사용 등의 생활변화와 평균 수명의 증가로 허리통증을 경험하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요통의 종류는 크게 단순요통과 병적인 요통으로 분류된다. 병적인 요통으로는 종양, 외상에 의한 골절, 심한 퇴행성 변화에 의한 불안정한 척추에서 나타나는 요통 등이 있다. 반면 단순 요통으로는 해부학적 구조상 안정적이지만 추간판이나 척추, 후관절 및 인대, 근육, 근막 등에 염증이 생겨 나타는 통증이 있다.
이 중 단순요통은 기본적으로 허리가 약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강한 허리와 약한 허리를 구분하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허리척추는 크게 척추뼈, 뼈사이에 충격을 완화시키는 디스크, 과도한 움직임을 제한하는 인대, 척추가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근육, 척추 안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척추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어느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요통과 다리 통증이 발생해 강한 허리가 될 수 없다.
강한 허리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과 인대이다. 강한 허리는 3개의 층으로 구분되는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가 척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반면 약한 허리는 근육과 인대가 늘어져 허리 척추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다.
바쁜 직장인들은 운동부족으로 인해 근력이 약화되어 있고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허리척추의 배열이 정상적이지 못하다. 이것이 척추주위 근육과 인대에 만성적으로 무리를 주면서 염증이 발생하고 단순 요통이 발생하게 된다. 반복적인 단순 요통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흐르면 근육과 인대의 약화로 인해 이들 조직의 허리 보호 기능이 사라지고 추간판 변성과 척추뼈에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더욱 허리가 불안정해진다. 결국 만성 요통 및 동반된 다리 통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약한 허리로 변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요통은 호전된다 해도 2년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60%나 되므로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일상생활에서 균형적인 자세와 동작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운동을 습관화하여 신체적응능력을 키우는 것도 좋다. 또한 불안한 정신 상태나 사회적 또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때, 이를 즉시 해결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허리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디스크인데, 정식 명칭은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이다. 허리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추간판에 비정상적인 부하가 작용하면 뼈 사이의 디스크가 국소적으로 파열돼 돌출이 된다. 그러면 주위 신경근을 압박하고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게 돼 ‘추간판 탈출증’이 되는 것이다.
이는 보통 30~40대 등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 대부분의 경우, 일정기간의 안정과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노인에서 디스크 탈출증은 오랜 퇴행성변화의 결과로 호전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보전적 치료로 해결할 수 없고,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때는 과연 어떤 경우일까.
첫째, 증상 면에서 여러 차례 보존적 치료로 효과가 없고 지속적으로 다리 통증이 심해 일상 생활에 지장이 많은 경우와 감각이 둔해지거나 발목의 힘이 저하되어 자주 넘어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는 등 운동기능이 저하될 때다.
이런 경우 수술 후 다리 증상의 호전이 뚜렷하여 만족도가 높으나 이와 달리 수술 전에 요통이 주로 심한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일부 요통이 남고 만족도가 낮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둘째, 연령에 따라 구별된다. 젊은 연령에서 추간판 탈출증은 주변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적으므로 돌출된 추간판만 제거하는 수술로도 다리 통증이 호전되는 반면, 노인층에서는 이미 퇴행성 변화가 심해 단순히 추간판의 돌출 및 압박에 의한 다리 통증 외에 척추의 불안정성에 기인한 요통이 대부분 동반되어 단순하게 추간판만 제거시 수술 후 만족도가 적을 수 있다. 노인층에 발생하는 이런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신경감압술과 나사못에 의한 척추 유합술 및 고정술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즉, 퇴행성 변화가 많은 상태에서 좀 더 신중한 수술적 판단이 필요하다.
수술적 방법으로 다양한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크게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발병 시, 신경을 풀어주는 ‘신경 감압술’과 불안정한 척추를 안정화시키는 ‘척추 유합술’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최소 침습 척추수술의 개념으로 내시경을 이용한 ‘내시경적 추간판 제거술’, 미세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침습 추간판 제거술’, 그리고 ‘최소 절개를 통한 척추유합술’이 수술 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도입됐다. 그 외에도 미세기구나 광학렌즈 시스템 등의 첨단 의료기기의 도움으로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수술 술기의 발달로 최소한의 피부 절개와 근육 손상으로 정상적인 척추 및 주위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하며 병변 부위 만을 제거해 수술 후의 회복 및 재활이 빠르며 장기 추적 시,발생될 수 있는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최소 침습수술의 장점이다. 심한 퇴행성 변화가 없는 단순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미세현미경 및 내시경을 이용한 추간판 제거술이 이에 해당하며 효용성을 입증 받은 상태다.
그러나 심한 척추관 협착증이나 척추 골절, 변형에 의한 요통 및 다리 통증 환자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위해 광범위하게 신경을 압박하는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신경감압술과 이로 인해발생하는 척추 불안정성을 복구하기 위해 나사못 고정 및 척추뼈끼리 붙게 하는 유합술을 필요로 하므로 최소 침습적 시술이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결론적으로 한 가지 방법의 수술에 집착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맞은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적절한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