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유(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음역대에 도전했다.” 최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들의 경연무대 ‘나는 가수다’에서 한 출연 가수가 했던 이 말은 점차 고음 대결로 치닫고 있는 프로그램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성대 대결`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출연 가수들도 단 한곡의 승부로 좋은 평가를 받으려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수라 할지라도 이렇게 무리한 고음대결은 성대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쉬우며, 간혹 수술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게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물혹으로 악화
성대는 두 개의 탄력적인 근육조직으로, 기관 바로 위쪽에 위치한 후두 안에 맞닿아 있다. 성대는 소리 내고자 하는 높낮이에 알맞은 빈도로 주름들이 열렸다 닫히면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양측의 성대가 서로 붙게 되어 진동하면서 소리가 나게 된다. 특히 성대의 진동횟수는 말을 빨리 할수록, 고음으로 발성할수록 빈도수가 증가하는데 일상적인 대화 시에는 100~300회 정도 진동하는 것이 큰 소리를 낼 때는 2000~3000회까지 오를 정도로 성대에 큰 무리가 갈 수 있다.
성대결절이란 성대의 한쪽 또는 양쪽에 좁쌀만한 작은 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가수결절(singer’s nodule) 혹은 교사결절(teacher’s nodule)이라 불린다. 보통 양쪽 성대에 동시에 나타나며, 자극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에 생긴다.
성대결절은 지속적으로 음성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함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포츠 경기장이나 노래방 등에서 지나치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거나 무리하게 고음을 발성하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가수들은 목 상태에 따라 같은 사람이 같은 노래를 불러도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는데,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도 무리하게 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크게 키우기 쉽다.
성대결절 치료법은 발생 위치와 크기에 따라 다르다. 결절의 크기가 비교적 작고 목소리 이상 증세가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발성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이때 약물 치료도 함께 병행하는데,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 성대결절은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성대 물혹으로 악화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이는 후에 수술적인 제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목소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직종의 사람들에게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충분한 수분섭취와 꾸준한 발성연습 필요
우선 성대 관리를 위해 하루에 2리터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로 성대 점막이 항상 촉촉하고 윤활유 분비가 잘 될수록 성대 진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짐과 동시에 성대 진동의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는데, 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물 마시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발성연습을 꾸준히 해 성대 근육 약화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성대를 장시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과 목소리가 변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성대 근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이는 편안하게 내는 목소리보다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 성대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므로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무리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기름진 음식이나 탄산음료, 맵고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를 피하며, 항상 충분한 습도를 유지하고 목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로 성대에 이상이 있을 경우 목소리에 이상이 나타나는데,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전에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물혹 등으로 악화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는 후두암, 갑상선암 등 각종 암이 보내는 신호탄일 수 있으므로 변한 목소리가 2주 이상 회복되지 않을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진단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