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밤,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록음악 축제인 `락코리아 미단시티 페스티벌`에서는 젊은 인디밴드 틈바구니에서 무대에 오른 백발의 신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노보텔강남의 총주방장인 제라드 모지니악(64, 사진)이었다.    "그날 공연은 최고였어요. 3천여명의 젊은이들이 토요일 정오부터 일요일 새벽 6시까지 쉴 새 없이 어깨를 들썩였죠. 공연에 참가한 18개의 인디밴드도 아주 훌륭했어요."    그는 이날 롤링스톤스의 히트곡인 `새티스팩션`과 직접 만든 `로큰롤베이비` 등을 불러 젊은 관람객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중년 남자의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진지하다. 그는 사실 록음악과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1971년 여름, 당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롤링스톤스는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마약 등에 얽힌 언론의 집중공격을 피하기 위해 본거지인 영국을 떠나 프랑스 남부 모나코 근처의 작은 마을로 옮겨간다.    당시 프랑스 북부에서 요리학교를 마친 뒤 모나코에서 살던 24살의 모지니악은 아는 사람의 소개를 통해 롤링 스톤스 멤버 키스 리처드의 전속 요리사로 뽑히게 된다.    "처음에 거기 갔을 때 리처드의 아내 아니타가 장발에 히피 차림의 저를 맞아줬죠. 리처드는 쿠션에 기대앉아 기타를 치다가 저를 보고 인사를 하는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리처드는 `빌라 넬꼬뜨(Villa Nellcote)`라는 19세기에 지어진 방 16개짜리 집을 빌려 지하에서 녹음실을 차렸다.    "가까운 친구들을 빼면 지하 녹음실에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어요. 그곳에서 많은 스타를 봤죠. 존 레넌과 요코 오노, 조 코커, 폴 매카트니, 에릭 클랩턴 같은."    곧 모지니악은 리처드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됐다. 그들이 주로 오후 11시부터 밤을 새워 작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음악작업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처드는 노동자 출신이어서 특별히 고급스러운 음식을 원하진 않았어요. 대신 술과 음악을 탐닉했죠. 피시앤칩스(생선과 감자를 튀긴 영국의 대중음식)를 아주 많이 만들었어요. 샐러드와 샌드위치, 홍차도 자주 냈었죠."     객지에서 맛보는 고향의 음식이 힘이 됐을까. 키스 리처드와 믹 재거는 이곳에서 훗날 손꼽히는 명반인 `메인 스트리트로의 망명(Exile on Main Street)`을 발표한다.    리처드는 음반을 내고 나서 1년 동안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이번엔 자메이카로 건너갔다. 그러나 모지니악은 반대로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갔다.    "록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작곡도 많이 했는데, 수줍음이 많아서 리처드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진 못했어요. 하지만, 나도 롤링스톤스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리처드의 집에서 인연을 맺은 연주자들과 밴드를 결성, 1972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스팅의 `폴리스`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던 시절이다.    당시 밴드 멤버들은 아직도 세션으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만 10년을 채운 밴드 생활을 끝내고, 본업인 요리사로 돌아와 그는 1992년 프랑스의 호텔 그룹인 `아코르`에 입사했다.    그 후 모리셔스, 타히티, 산토도밍고 등 전 세계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아코르 계열사인 노보텔강남의 총주방장으로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의 첫인상은 사람들이 매우 전문적이고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겁니다. 노보텔강남은 지금까지 있었던 곳 가운데 가장 일하기 좋은 호텔이에요. 여기서 내 경력을 마쳐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프랑스 요리와 록음악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전공을 가진 그에게, 둘 사이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열정입니다. 요리를 할 때도 록을 부르는 것처럼 모든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요리에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창조성이죠. 1960년대까지 프랑스 요리는 아주 전통적인 형식을 고수했어요. 그러나 70년대부터 일부 요리사들의 주도로 `누벨 퀴진` 운동이 일어나면서 지금의 자유롭고 다양한 프랑스 요리가 생겨났습니다. 내 요리에서도 가능한 모든 창조성을 발휘하려고 합니다."    아홉 달 남짓 한국 생활을 한 그는 최고의 한국 음식으로 `쇠고기국`을 꼽았다.    "한국 음식은 채소를 많이 쓰는 건강식이에요. 미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에는 뚱뚱한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하죠. 양념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제 입맛에도 잘 맞아요. 하지만, 매운 고추를 너무 많이 넣는건 불만이에요. 위암을 걱정해야할 정도라니까요(웃음)."   
최종편집: 2025-07-31 05: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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