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이은미내추럴한의원 원장)
얼마전 한 여대생이 와서 생리불순에 대한 상담을 하고 갔다. “갑자기 왜 이럴까요? 다치거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번 달에 생리를 두 번이나 했어요.”
그녀를 진찰해보니 자궁이나 소화기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건강상 병적인 증세가 없을 때 짚이는 것은 단 한가지. “혹시 요즘 신경을 많이 쓰는 일 없어요?” 내가 이렇게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요즘 교환 학생으로 미국 가는 일에 매달려 있는데, 그게 생리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역시 마음 따로 몸 따로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신경을 많이 쓰면 간의 기운이 울결(鬱結; 막히고 엉킴)된다. 그로 인해 간과 신장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이 안되면 금방 생리불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써서 생리불순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절대로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사 가는 날이나 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 생리 예정일이라 걱정하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생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는 평소 7정(기쁨, 성냄, 걱정,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을 잘 다스려야 모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7정이 너무 없어도 안되겠지만 너무 지나쳐도 병이 된다. 항상 마음의 평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궁이 차거나 몸이 허약할때, 소화기 계통이나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때, 습담(수분과 담음)이 많아서 비만일때도 생리불순이 온다.
“내 몸은 항상 내게 얘기하고 있다. 내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이 말을 환자들에게 꼭 하고 싶다. 어떤 병이 심각하게 들기 이전에 우리 몸이 이미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입이 마르는 것이다. 평소에 기름진 것을 많이 먹고 운동을 안해 노폐물이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대사시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몸 안에 수분이 모자라니 입이 마를 수 밖에 없다.
여성들은 병을 눈치채기가 더 쉽다. 생리와 분비물의 상태를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생리주기가 이상해지거나 생리혈이 검어진 경우, 분비물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경우 곧바로 그 원인을 찾으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어진다.
이렇게 모든 병은 미리 알고 조치하면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고 있다가 병에 걸리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과일이 익을 만큼 익었으면 꼭지가 떨어지는 것처럼, 병이 깊이 들 만큼 들어 바깥으로 나타나는 것을 `갑자기, 왜?`라고 생각하지 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