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코모코한의원 수원영통점 원장)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박은희(25) 씨는 아침 출근 시간이면 분주하다. 특히 대학시절부터 고수해온 긴 생머리를 관리하기 위해서 그녀는 아침에 머리를 감고 있다. 그래서 자주 머리카락을 다 말리지도 않고 출근길에 나서곤 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 잦다. 기온이 높으니까 금방 머리카락이 마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또 이런 습관이 반복되다 보니 감기는 비염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잠깐의 외부활동에도 온몸은 땀 범벅이 되고 몸이 뜨거워지기 쉽다. 그러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은 피부 표면이 뜨거워지는 것일 뿐, 몸의 내부는 더 냉해지게 된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겉이 차가우면 속을 뜨겁게 하고, 겉이 뜨거우면 속을 차갑게 하는 표리한열(表裏寒熱)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아침, 저녁에 역시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몸 속 내부가 차가운 여름철에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으면 피부표면의 열은 식어서 시원함을 느끼지만, 몸 속은 찬기운이 스며들어 더욱 냉해진다.
특히, 위나 장은 우리 코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부이기에 몸 속의 위나 장이 냉해진다는 것은 감기나 비염에 걸리게 되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감기의 경우, 한의학에서는 ‘정기(正氣)가 약하면 사기(邪氣)의 침입을 받는다’고 설명하는데, 몸 속이 차가워져 위나 장의 기능이 저하되면 감기에 걸리고 코 점막의 면역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급성비염으로 쉽게 악화된다는 것이다. 고대 의서인 ‘설기의안’과 ‘증치준승’ 에서도 ‘비위, 즉 비장과 위장 등 소화기가 상하면 기혈이 생기지 않아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하거나 살짝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아 찬 기운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또, 부득이하게 찬 물로 머리를 감게 되었다면 꼭 머리를 완전히 말리고 외출해야 한다. 감기와 비염도 예방하고 직사광선으로부터 머릿결을 지키는 올바른 방법인 것이다.
여름철에 감기나 급성비염으로 인해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유난히 차가운 음식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더운 여름에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탄산음료를 먹이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아이의 감기나 비염을 악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너무 덥다고 지나치게 냉수나 빙과류, 찬 음식을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에어컨은 실내공기를 낮추기도 하지만 건조하게도 만들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어놓을 때에는 한 시간 마다 5분 정도 창문을 열어 온도와 습도를 적당하게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또 감기나 비염이 환절기까지 지속되면 치료하기가 더 힘들어지므로 조기에 치료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