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이은미내추럴한의원 원장)   똑똑하고 진취적인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좀 하다 보면 훌쩍 서른은 넘어버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넌 언제 결혼할 거냐? 동네 사람들 보기 민망해 죽겠다.” 며 볶아대기 일쑤인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   좋은 소리도 한두 번 들으면 싫증나게 마련인데, 이런 소리 계속 듣다 보면 쌓이는 건 스트레스뿐. 이쯤 되면 사람들에게 이렇게 항변하고 싶어질 것이다.   “결혼 적령기가 따로 있나요?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싶어지면 바로 그 때가 적령기지.”   틀린 말은 아니다. 결혼이란 정말 자신과 잘 통하는 남자가 나타났을 때 가능한 것이니까. 최근 이처럼 떠밀려 하는 결혼이 아니라 자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과 잘 맞는 배우자를 찾아 나이에 관계없이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아이를 낳은 여성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1년 전보다 0.2세 늘었으며, 30대 산모의 비중은 1년 전보다 높아졌고 20대 산모의 비중은 더 줄어 40.7%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면 이런 분위기와 관계없이 여성의 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결혼 적령기는 언제쯤일까? 다시 말해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일을 언제쯤 시작하는 게 여성의 몸에 가장 좋을까?   정답은 21세부터 28세 사이. 이왕이면 21세에 가까운 나이가 훨씬 이상적이다.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오는 것일까?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인생을 ‘7’이라는 숫자로 풀이한다. 음양이론에서 ‘7’은 소양(少陽)이 극도로 왕성한 수. 고로 ‘양(陽)이 극(極)하면 음(陰)을 낳는다’는 이치에 따라 음의 성질을 가진 여성에게는 7년을 주기로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의 의학서적 <황제내경>에서는 여성의 생리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여자칠세 신기성 치경 발장(女子七歲 腎氣盛 齒更 髮長)" 즉, 여자 나이 일곱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왕성하여 이를 갈고(젖니에서 영구치로 간다는 뜻) 머리털이 자란다는 뜻이다. ‘신(腎)’은 서양 의학으로 치자면 뇌하수체의 내분비 기능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여자 나이 7살이 되면 뇌하수체에 있는 내분비중추의 발육이 왕성하게 진행되어 성선(性腺)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뇌하수체의 기능이 왕성해져서 성선호르몬이 분비되면, 막연하게나마 남녀 간에 성에 대한 의식이 움트기 시작한다.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신기((腎氣: 신장의 기운)가 성(性)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우리 옛말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시기가 되면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성별 의식을 갖게 되어 서로 수줍음을 타게 되는 것이다. "이칠이 천계지 임맥통 태충맥성 월사이시하 고유자(二七而 天癸至 任脈通 太衝脈盛 月事以時下 故有子)"   "2*7, 즉 14세가 되면 천계(天癸)가 이르러서 임맥(任脈)이 소통하고 태충맥(太衝脈)이 왕성하게 되어 월경이 때를 맞추어 나오고 임신도 가능하다." 보통 14세 전후를 ‘사춘기’라 하는데, 여성이 사춘기에 이르면 월경을 하기 시작한다. 잘 알고 있다시피 이것을 ‘초경(初經)’이라고 한다. 월경은 성숙한 여성의 자궁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출혈현상이다. 여성임을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징표라고도 할 수 있다.   여성의 몸에서 월경이 발생하는 것은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의 분비와 관련이 깊다. 난소에서 난포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면 이들 호르몬의 영향으로 난소에서는 배란이 이루어지고 자궁에서는 월경 출혈이 일어난다.   이 생리의 기전에 대한 중요한 한의학적 단서가 바로 위 구절이다. ‘천계(天癸)’는 ‘선천신수(先天腎水)’의 뜻인데, 서양 의학으로 치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호르몬에 비유할 수 있다. 태충맥(太衝脈)은 월경을 주관하는 경락으로 난포호르몬의 기능에 비유할 수 있으며, 임맥(任脈)은 임신을 주관하는 경락으로 황체호르몬의 기능에 비유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여성의 생리 기전에 대해서 이렇게 오랜 옛날부터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삼칠 신기평균 고진아생 이장극(三七 腎氣平均 故眞牙生 而長極)” "3*7세 즉 21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평균하게 되고 어금니가 나서 크게 자란다." ‘신기(腎氣)가 평균하게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위에서 신기는 뇌하수체의 내분비 기능에 비유했다. 뇌하수체의 내분비 기능은 7, 8세쯤 서서히 시작되어 14세 전후가 되면 왕성하게 되지만, 아직은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균형 있게 분비되지 않는다. 그래서 10대 소녀들은 배란도 불규칙적이고 생리 량과 생리 주기가 들쭉날쭉인 것이다. 그러나 21세 전후가 되면 난포호르몬, 황체호르몬, 에스트로젠 등 여성호르몬이 골고루 분비되어 배란과 월경이 모두 규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성숙한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   거기다 한의학에서 뼈는 ‘신(腎)’의 영역에 속하므로, 가장 마지막에 나는 어금니가 크게 자란다는 것은 ‘모든 골격의 성장과 발육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21세에 신기가 평균하게 된다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몸이 ‘절정 궤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사칠 근골견 발장극 신체성장(四七 筋骨堅 髮長極 身體盛壯)” “4*7 즉, 28세가 되면 근육과 골격이 단단해지고 머리털이 최고로 자라며, 신체가 가장 풍성하고 튼튼하게 된다.” 이것은 정상궤도에 오른 여성의 몸이 28세까지 더욱 성숙한다는 말이다. “오칠 양명맥쇠 면시초 발시타(五七 陽明脈衰 面始焦 髮始墮)” “5*7 즉, 35세가 되면 양명맥이 쇠약해져서 얼굴이 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성의 몸의 나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 여성의 생리 변화에 대해 다시 정리해 보면, ‘21세를 전후로 온 몸의 발육이 완성되고, 28세 전후까지 생리 기능이 왕성하다.’ 그렇다면 21세부터 28세 사이에 있는 여성의 몸이야말로 성생활과 임신, 출산에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가 된다. 또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임신은 모체가 건강해야 아기도 똑똑하고 건강하게 태어난다. 이렇게 생리 기능이 한창 왕성할 때 출산을 하면 엄마의 몸도 굉장히 빨리 회복된다. 산후 조리를 잘 하고 운동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몸매도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고 건강은 더 좋아지게 되어있다.   한 모델이 20대 초반에 결혼해서 바로 아이를 낳고 다시 모델계로 복귀하는 걸 보고 ‘참, 현명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요즘 방송에서 보면 아이 엄마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날씬하고 발랄해 보인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 이후에 ‘제2의 인생’을 만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였다. 새삼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를 끄집어 낸 것은 단순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평생 건강하게 살아야 할 ‘나의 몸’, 바로 우리 ‘여성의 몸’을 위해서이다. 결혼할 생각이 있거나,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다면 이렇게 ‘몸의 나이’를 한 번 신중히 고려해 볼 일이다.  
최종편집: 2025-05-02 02: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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