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5일 아이들이 TV 리모컨이나 장난감에 많이 사용되는 `단추형 리튬 전지(button type battery)`를 무심코 삼켜 심각한 합병증을 겪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병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매년 40~90명의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았으며, 50% 정도는 단추형 전지가 식도에 걸린 채로 도착해 응급 내시경으로 제거했다.
단추형 전지를 삼킨 어린이 환자는 2008년 40명, 2009년 20명, 2010년 35명으로 집계됐으며, 2011년 상반기에는 17명에 달했다. 병원은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연간 3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병원은 미국의 경우에도 단추형 전지를 삼킨 6세 미만의 어린이 환자가 매년 3천500건 정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 워싱턴 독극물관리센터 조사에 따르면 1985~2009년까지 미국에서 집계된 단추형 전지 삼킴 사고는 5만 6천여 건이며, 25년간 단추형 전지를 삼켜 극심한 합병증을 겪은 사례는 6.7배나 증가했고 심각한 사고는 0.5%(연간 12건)에서 3%(연간 100건)로 늘어났다.
문제는 전지를 삼킬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최근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은 3명의 아이를 분석한 결과, 환자들은 대개 열과 기침, 구토 증상을 호소했다. 두 명의 어린이는 전지를 삼킨 후 4시간이 넘어 기관 재건술과 식도 재건술을 받는 등 회복에 3~5개월이 걸렸다. 반면 전지를 삼킨 뒤 2시간 30분 안에 병원을 찾은 아이는 응급 내시경으로 단추형 전지를 제거하고 별다른 처치 없이 일주일 만에 회복했다.
병원은 단추형 전지가 몸속에 들어가면 누전으로 조직에 전기적 화상을 입히며 식도나 위장관계에 들어가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대와 식도, 혈관 등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전지가 식도에 걸리면, 식도 벽이 전지 때문에 눌려 생기는 `압력괴사`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에 전지를 제거하면 별 탈 없이 회복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면 식도 등 장기에 천공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대동맥 손상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이는 과거 아이들이 갖고 놀던 수은전지와 달리 최근에는 리튬전지 사용이 증가하면서 위험이 더욱 커진 탓이다. 이중에서도 지름 2㎝ 정도의 전지는 4살 이전 아이들의 식도에 걸리기 쉽다.
병원은 미국에서 생후 13개월 된 아이가 호흡기 감염 증세로 입원해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진단을 받았지만, 방사선 촬영 결과 식도에서 단추형 전지가 발견됐다며 삼킨 지 이틀 만에 전지를 제거했지만 식도 발생한 화학반응으로 대동맥에 영향을 미쳐 결국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하는게 중요하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한석주 소아외과 교수는 "만약 전지를 삼킨 아이가 통증이나 기침,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4시간 이내에 제거할 수 있도록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위험에도 단추형 전지에는 경고문구조차 제대로 되어 붙어 있지 않고, 단추형 전지를 쓰는 리모컨이나 장난감의 덮개 부분이 아이들이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