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원 (자미원한의원장)
드디어 국민들이 꿈에도 그리던 바람이 이루어졌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다. 올림픽개최지 투표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을 직접 방문해 유치활동을 전두지휘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유치는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라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오늘 밤에는 잠을 실컷 자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큰일을 치른 뒤에는 잠을 실컷 자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실제로 사람은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심신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잠이 부족하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단순히 졸린 정도가 아니라 본인도 모르게 발작적으로 잠이 드는 `수면발작`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두뇌회전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 필요한 판단력, 기억력, 창조력, 논리적 사고능력 등이 저하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증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신체균형이 깨져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 두통, 만성위염이나 여드름 등 만성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기 쉽다.
최근 장마철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동안 피로감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수면이 부족한 경우를 전문가들은 ‘수면을 빚졌다’고 표현한다. 어떻게든 나중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면 빚’이 늘어날수록 건강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빚진 잠은 여러 방법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갚아야 한다. 한번에 몰아서 잠을 자는 방법도 좋지만 잠깐씩 자는 토막잠으로도 수면빚을 충분히 갚아 나갈 수 있다.
수면빚을 갚는 적절한 방법 중 하나는 휴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몰아서 잠을 자는데, 이때 너무 늦게까지 늦잠을 자게 되면 하루 종일 심한 무기력감을 느낄 수도 있고 수면리듬이 깨져 그날 저녁은 충분히 자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자칫 깨진 수면리듬이 오래 지속되면, 평소보다 더 심한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평소 수면시간보다 2시간 이상은 자지 않도록 한다. 늦잠을 자는 것 보다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고, 아침에는 평상시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게 현명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취하는 `토막잠` 역시 수면빚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낮잠을 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낮잠을 길게 자서 야간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적당량의 낮잠은 오히려 현명하게 피로를 회복하는 방법 중 하나다. 외국의 한 과학 저널은 낮잠을 자는 그룹이 자지 않는 그룹보다 학습 및 기억능력이 좋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짧은 낮잠은 신체가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체력을 보강하고 대뇌를 쉬게 한다. 낮잠을 자는 시간은 오후 1~3시 사이가 좋고 15~30분 정도의 수면이 이상적이다.
수면환경 또한 중요하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척추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목베개나 쿠션을 이용해 인체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또한 여름밤에는 침실 온도가 섭씨 28도를 넘으면 취침 1시간 전부터 에어컨을 켜거나,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 실내의 온도를 낮춘다. 다만 자면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오래 사용하면 두통 감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1~2시간 정도 타이머 설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