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일어서도록 손잡아주고 격려하는 마음이 밥심(心)입니다."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는 따뜻한 밥 한 공기에 담긴 마음을 `밥심(心)`이라고 표현했다.
최 목사가 1988년 청량리역 광장에서 만난 한 노숙자 할아버지에게 끓여준 라면 한 그릇으로 시작된 밥퍼 나눔 운동을 통해 제공된 식사는 23년만인 올 5월 500만 그릇을 넘어섰다.
최 목사는 1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다일공동체의 밥퍼 나눔 운동이 500만 그릇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밥심이었다"고 말했다.
"원동력이 뭔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밥심`입니다. 종교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한 자원봉사자들 덕분입니다. 밥을 짓는 마음이 민심이고, 그 민심이 천심이 돼 놀라운 일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봉사 현장에서 쓴 시와 일기, 편지를 묶어 `밥心`(마음의숲 펴냄)을 최근 출간한 그는 "요즘 너무나 많은 분들이 쉽게 낙심하고, 절망하고, 살맛 안 나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그런 분들이 `밥심`으로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서 힘을 얻어 다시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라면 한 그릇으로 시작한 밥퍼 나눔 운동은 미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등 전 세계 7개국으로 확산됐다.
최 목사는 "놀라운 기적 중 하나는 캄보디아 다일 공동체에서 봉사하는 사람 중 85%가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연간 24만 명인데 이 가운데 8만 명이 캄보디아 다일 공동체에서 자원봉사하고 돌아갑니다. 세 사람 중 한 명이 다일 공동체를 다녀간 것인데 너무 아름다운 놀라운 일입니다. 특히 `목사님, 봉사하는 일에 종교가 무슨 상관이에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밥심`이 천심이죠`라는 사람들의 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밥심`으로 정했고요."
최 목사는 옛날보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소외된 이웃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소득 3만불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는 분명 사회적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죽는 게 아니라 외로워서 죽고 마음이 아파서 죽는 것입니다. 또 한편에선 부익부 빈익빈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데 한국인 특유의 `밥심`으로 그들을 돌봐야 합니다."
언제까지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할 것인지 묻자 그는 "이 땅에 밥 굶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라고 답했다.
"예수님은 세상 최후의 날까지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자신과 동일화하셨습니다. 한국 교회도 교회 건물이나 교인 수를 자랑하지 말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밥심`을 회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