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튼튼마디한의원 목동점 원장)
평범한 가정주부인 곽연순 씨(52)는 하루 종일 내리는 비로 빨래도 못하고 집안 가득한 습기 때문에 짜증이 났다. 얼마 전부터는 이상하게 허리통증과 함께 종아리도 터질듯이 저려서 걷기도 힘들 지경이다. 고통을 참다 못해 남편과 함께 병원에 온 곽 씨는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척추관은 대뇌에서부터 팔, 다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을 담고 있는 통로를 말한다. 이것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거나 점막이 부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뼈가 가시처럼 자라 척추관을 누르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초기에는 허리가 아프고 좀 더 진행되면 다리나 발끝이 터질 듯이 저리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와 주변 근육 및 인대의 퇴행성 변화로 50대 이후 많이 발생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디스크와 가장 많이 혼동되는 질환 중 하나다.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다른 병원에 가면 허리디스크를 진단받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도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요추 추간판탈출증’라고도 부르는 허리디스크는 디스크가 손상되어 원래의 위치에서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이 때, 디스크가 많이 튀어 나오면 해당 부위의 척추관을 좁게해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경우에는 척추관 내의 공간이 좁아지므로 디스크가 조금만 나와도 통증이 생긴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질환인 반면 허리디스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종종 나타난다. 또한 허리디스크는 단순히 허리에서 통증이 발생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에서 시작한 통증이 점점 하지로 내려와 다리나 발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사라지나 뒤로 젖힐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또한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다리가 아파 오래 걷기가 힘든데 이때 잠시 앉아있으면 조금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누워서 다리를 천장으로 올렸을 때 다리가 쉽게 올라간다면 척추관협착증,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요즘같이 비가 계속 내리는 장마철에는 습기가 높아지면서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습(濕)은 무겁고 탁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인체의 혈액순환에 지장을 준다. 장마철에는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는데 이 때 수증기압도 함께 변화한다. 이때, 외부 기압의 변화로 척추관 내의 압력이 높아져 신경이 더 눌리기 때문에 다리가 평소보다 더 저릴 수 있다.
건강한 척추를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척추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것이다. 또한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장시간 서 있을 일이 있을 때는 약 15cm 정도의 발 받침을 발 밑에 두어 양 발을 번갈아 올려놓으며 서 있는 것이 좋다. 통증이 심할 시에는 천장을 보고 누워 무릎을 감싸 가슴 쪽으로 끌어 당기면 통증감소에 도움이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방치하면, 심각할 경우 다리마비나 대소변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다리 저림과 허리통증이 심하다면 영양을 충분히 보강하는 한약을 복용함으로써 퇴행화된 척추를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