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이은미내추럴한의원 원장)
산부인과를 찾는 여대생들이 가장 많이 상담하는 질환은 생리불순이다. 우리 한의원에도 생리불순으로 인한 내원 환자가 늘고 있다. 미혼 여성의 경우 이를 가볍게 여겨 방치하는 경우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원에 찾아온 환자의 대부분은 병원에서 각종 검사와 매달 호르몬제를 맞는 치료를 받으면서 생리를 유지했던 여성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호르몬제 투여를 중지하면 또다시 생리불순이 되는 악순환의 반복을 경험해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생리불순에는 호르몬제를 맞는`미봉책`을 찾기보다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무월경이나 생리불순 등을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난소의 크기가 커지고, 난소의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난포들이 띠를 이루며 생겨나는 질환으로, 악성의 경우 자궁내막암, 자궁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생리불순은 몸이 일정 기간 동안 건강하지 못한 생활에 노출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신체의 불균형은 물론이고, 스트레스도 그 원인이다. 따라서 건강의 전반적인 회복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 치료는 최소한 8주나 12주의 회복기간을 두고 침과 뜸, 한약 복용 등을 통해 신체의 균형을 찾아준다.
전문직 종사자인 주부 K씨(33)는 사회생활을 하느라, 피임을 하며 출산을 미뤘다. 하지만, 막상 계획을 세우고 나니, 임신이 되지 않았다. 평소 생리불순으로 고생했던 K씨는 산부인과를 찾았고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불임판정을 받았다. 한의원에 찾아왔을 때는 이미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그녀는 원래 자궁과 난소가 약한 사람이었다. 생리불순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투여해 억지로 생리를 하게 하면서 원래 약했던 생식 기능이 더욱 저하됐다.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고, 최근 박사 학위 논문까지 준비하면서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 몸상태가 급격히 안좋았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결국 모자라게 되는 법이다. 너무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몸을 돌보지 않은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K씨는 임신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시험관 시술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자궁은 아이를 수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건강을 되돌려 놓지 않으면 임신이 되더라도 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환자를 설득해 심신치료를 시작했다.
먼저 1단계로 12주의 자궁회복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안정을 위하여 최대한 일을 줄이도록 했고, `보혈활혈(補血活血)`을 기본 원칙으로, 자궁의 기능회복을 위한 한약을 처방했다. 이런 경우는 의사나 환자의 끈기가 필요하다. 처음 4주간 치료했지만 자궁의 기능이 허약해져 있어서인지 상태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8주 치료가 끝났지만 여전히 생리의 전조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얼굴색은 맑아지고 손발도 따스해졌다. 12주 후에는 갈색 분비물이 나타나는 성과를 올렸다. 그후 3개월 동안 더 치료를 했는데, 상태도 좋아지고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치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 생리도 규칙적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그 환자를 보면서 생리불순 환자들이 쉽게 빠지는 우(愚)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 가둔 야생동물이 사냥의 습성을 잃듯이 자꾸 호르몬제를 투여하면 자궁은 게으름을 부리기 시작한다. 호르몬제에 길들여진 자궁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생리불순은 여성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지친 몸이 좀 쉬고 싶다든지, 고민이 마음을 다치게 한다든지,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망가지고 있을 때 몸은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생리불순이 찾아오면 단순하게 약을 복용하거나 호르몬제에 기대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