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일(산부인과 전문의)   저는 ‘불임(不姙)’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물주는 모든 동물에게 자손을 번식시키는 능력을 주었고 물론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람은 남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임신능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사용되어왔던 불임이란 단어는 의학적인 용어가 통용화되고 고착된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불임이란 35세 이하 정상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면서 1년 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합니다. 여성의 나이를 기준으로 35세 이상인 경우는 6개월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이 ‘불임’이라는 단어는 자연임신이 잘 되지 않는 부부들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운 말입니다. 또한 자연임신에 대한 희망마저 뺏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부정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임신이 안 된다`는 뜻인 `불임`이라는 단어 대신에 ‘임신되기까지 일시적으로 곤란을 겪는다’는 뜻인 ‘난임(難姙)’이라는 단어를 선호합니다.   실제로 35세 이하의 정상적인 남녀가 한 월경주기에 임신할 가능성은 평균 20~25%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같은 포유류이지만 침팬지가 70~80%, 쥐가 거의 100%인 것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요. 건강한 남녀일 경우 대부분 80~85%에서 1년 내에 임신을 하지만 그 나머지인 15~20%의 남녀는 자연임신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태율은 점차 감소합니다. 35~39세의 여성은 70~75%에서 1년 내에 임신이 가능하고 40세 이상에서는 수정 능력이 점차 떨어져 수태율이 10~20% 감소합니다. 결국 40~42세 여성의 약 50%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임신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임신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사들은 위의 ‘불임`의 정의에 포함되는 부부들을 ‘의학적인’ 불임증으로 진단하고 곧장 불임 치료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어도 불임진단의 기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를 제안합니다. 부부가 각각 자연임신에 적합한 건강한 몸을 만들고 나서, 그후부터 12개월이 지나도 자연임신이 안되는 경우에 불임으로 진단하기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또한 `불임`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보다는 보다 희망적인 용어인 `난임`의 사용을  제안합니다. 난임은 자연유산도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즉, `난임`은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불임`과는 달리 쓰여져야 합니다. 비유를 들어볼까요? 아기를 출산할 때 진통 중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의사들은 난산(難産)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 용어는 임신부들에게도 익숙합니다. 모든 임신부는 과정이 어떻든 간에 만삭에 이르러 아기를 낳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산(不産)이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임신(수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고약한 불임증이 있다고 해도 임신(수정)자체를 못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제 불임이라는 용어는 버리세요. 난임이 있을 뿐 불임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부부들에게 아직 불임 클리닉은 필요합니다. 마치 분만 시에 자연분만이 안 되면 제왕절개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나 진통 중에 최선을 다하여 우선 자연분만을 시도하듯이, 여러분도 이제 최선을 다하여 우선 자연임신을 위하여 노력해 보세요.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는 ‘불임클리닉’도 차라리 ‘수태(受胎)클리닉’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결국, 불임은 없습니다. 단지 수태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있는 ‘난임’이 있을 뿐입니다.   *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한양대학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로 한국모자보건학회 이사장, 대한태교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부부가 함께 하는 완전한 계획임신 -< 베이비플랜>`이 있다. 자연임신에 관한 전문의 상담과 임신 출산 정보를 다루는 공익카페 `베이비플랜119`(http://cafe.naver.com/babyplan119)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편집: 2025-05-01 22: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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