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한(한의사)
대상포진(帶狀疱疹)은 수두의 초기 감염 때 지각신경절에 감염되어 있던 Varicella-zoster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성인이 된 후 인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진 것을 노려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합니다. 대부분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에게 발생하나, 최근에는 잦은 스트레스와 과로한 30대에서도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올해 여름처럼 열대야와 국지성 호우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지고 체내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환절기를 맞이하게 되면 감기나 대상포진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쉽게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피로와 함께 편측(片側)으로 감각이상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여 대개 신경통에 준하는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띠모양으로 수포가 발생하는 발진기에 이르러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고서 항바이러스와 통증치료를 받게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치료 이후에도 큰 통증과 수포로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하여 올바른 치료뿐만 아니라 휴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선 대상포진을 전요화단(纏腰火丹)이라 하여 주로 간기울결(肝氣鬱結), 습열(濕熱), 연로체약(年老體弱))의 원인에 따라 한약요법, 침구요법, 외치요법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치료하였습니다.
또한 대상포진은 주로 요늑골부위(50%), 안면부위(20%), 허리부위(15%), 다리부위(5%)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체내의 내장을 통칭하는 오장육부(五臟六腑)의 허약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왼쪽 어깨나 얼굴부위에, 신장의 기능이 약한 경우는 허리부위와 다리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상포진의 치료는 단순히 통증과 수포의 증상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오장육부의 허약을 치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며 고통스러운 합병증인 ‘포진 후 신경통’은 40세 이하는 비교적 드물며 60세 이상은 약 50%에서 발생합니다. 또한 약 70%의 환자들이 1년 내에 호전을 보이나, 약10%에서 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하여 격심한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자, 안면부위 중 이마부위에 발생한 환자 그리고 피진(皮疹)의 정도가 심하여 궤양이 형성되는 환자는 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경우가 많기에 대상포진 발생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통증치료뿐만 아니라 한방치료를 통하여 허약해진 오장육부를 바로 잡아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필자 소개: 삼정한의원 원장, 서울시한의사협회 이사, 대한약침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