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지난해 8월 24일 백두산에서 산삼 50 뿌리를 찾아낸 한의학자 권기록(44· 대한약침학회 부회장)씨는 주체할 수 없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한방 약침학의 권위자인 그가 산삼의 `뿌리`를 찾아 헤맨지 10여년. 얼마 전에는 상지대 한의대 교수와 한방병원장 자리까지 박차고 나와 산삼 연구에 몰두했다. 중국과 북한에 걸쳐있는 백두산 일대를 수차례 오간 끝에 마침내 자신의 연구에 마침표를 찍을 산삼의 `원형`을 확보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8월 21일 대한약침학회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에 참석, 회원들에게 “축하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산삼과 인삼의 차이를 밝혀줄 유전자를 확인했습니다”라고 발표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자신의 산삼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대외비`를 회원들에게 미리 공개한 그는 행사 후 백두산으로 직행, 산삼의 `뿌리` 찾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권 부회장이 산삼 연구에 인생을 건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를 위해 효과가 좋은 약을 구하려는 한의사의 심정에서 비롯됐다. 산삼은 좋은 한약을 만드는 데 가장 훌륭한 재료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효능이 뛰어난 산삼으로 약침을 만들어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한의사의 큰 보람이 아니겠는가.   산삼 vs 인삼? 유전자는 같지만 분명 다르다   그에게 산삼에 대해 물었을 때 ‘무엇이 산삼인가?’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산삼과 인삼의 유전적 차이는 없다. 때문에 산삼이냐,인삼이냐를 따지기 전에 무엇이 산삼을 산삼답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자신도 해답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해야 했다. 먼저 산삼은 약효가 인삼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성분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그 성분을 가지려면 특정한 유전자가 활동을 많이 해야 했다.   하지만 산삼과 인삼의 유전자 차이를 밝혀내는 것은 굉장히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사실 산삼에 특정한 유전자가 있느냐는 문제는 오랫동안 많은 연구자들을 괴롭혔다. 설령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규명해 내기 어렵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 결과이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산삼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지 않으면 `산삼 약침`이 대중화 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새로운 유전자를 찾는 대신 ‘산삼의 유전자에 차별화 된 어떤 것이 과연 있느냐?’ 라는 문제를 집중 추적 했다. 그리고 마침내 산삼에서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삼에서 잠자고 있는 유전자가 산삼에서는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이 유전자들은 모두 생존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었다.   예를 들어 삼의 실뿌리에서 질소 영양분을 빨아들이는데 작동하는 유전자나 잎에서 엽록소를 생산하는 유전자, 빛을 좇아가는데 작동하는 유전자들이 산삼에서는 인삼에 비해 수십 배, 수백 배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그토록 바라던 산삼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직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먼저 이번에 백두산에서 찾아온 산삼에 대한 유전자 분석과 성분 분석 등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확인이 완료되면 이제 그 ‘원종’을 통해 산삼을 집단재배해서 약침의 원료로 충분히 공급할 것이다. 관련 논문은 거의 작성을 마친 상태다. 조만간 국제적인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의 산삼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그는 이번 발견을 위해 10년 넘게 매달렸다. 처음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갔을 때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연구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산삼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았다. 이번에 들여온 산삼에 대한 확인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3년간 100여 군데의 후보지를 답사해 최적의 토양을 가진 곳도 찾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사실 그가 생각하는 최적의 산삼 생산기지는 북한 지역이다. 산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젠가 남북 관계가 잘 풀리고 경제협력이 폭넓게 이루어진다면 북한을 산삼의 전진기지로 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산삼 단지`가 남과 북의 교류와 화해를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제가 백두산을 고집하는 것은 그 곳이 산삼이 나기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의 발견이 남북 통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북한에 투자해 질 좋은 산삼을 대량으로 얻는다면 그야 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또 이를 계기로 서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으니까요.”
최종편집: 2025-05-01 22: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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