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천(사상체질과 전문의)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왜냐고 물어보면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란다. 과거 한 때 오링테스트가 체질 진단 방법의 하나로 사용된 시기가 있었다.
오링테스트란 감자, 오이, 당근, 무를 왼손에 들고 오른쪽 손가락의 힘이 더 세어지는지 혹은, 약해지는지를 살펴 체질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오링테스트가 처음 알려진 당시에는 각종 건강 프로그램에서 오링테스트를 이용해 체질을 진단하는 이벤트가 자주 방영되었다.
그러나 각종 연구에서 오링테스트로 체질을 진단하는 방법의 타당성, 신뢰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면서 최근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오링테스트가 체질진단의 방법으로 한 때 인기를 누렸던 이유가 무엇일까 살펴보면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감자, 오이, 당근, 무가 나에게 해로움을 줄 수도 있고, 이로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자극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지금도 미디어에서 토마토가 항암 작용이 있다고 말하면 다음날 아침에는 청과물가게에서 토마토가 동이 나고, 소금이 심장병이나 고혈압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음식에 소금을 아예 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음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은 무엇일까? 그러한 음식이 내 체질에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답을 하자면 먼저 체질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체질은 몸의 서늘하고 뜨거운 정도인 한열(寒熱), 몸의 기운이 부족한 지 넘치는 지의 허실(虛實)의 경향성과 출현 양상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눈 것이다.
몸이 찬 상태인 한(寒)에 치우치면 추위를 타고, 소화가 되지 않고 설사를 하는 증상이 나타나며, 몸이 뜨거운 상태인 열(熱)에 치우치면 더위를 타고, 변비가 생기게 된다.
같은 한(寒)의 상태일지라도 소음인은 마늘을 구워 먹어야 낫게 되며, 소양인은 녹즙을 마셔야 낫게 되며, 태음인은 도라지차를 마셔야 낫게 되며, 태양인은 순채(蓴菜)를 먹어야 낫게 된다.
몸이 기운이 부족한 허(虛)한 상태에서는 소음인은 인삼(人蔘)을 먹어야 할 것이고, 소양인은 복분자(覆盆子)를 먹어야 할 것이고, 태음인은 밤(栗)을 먹어야 할 것이고, 태양인은 다래 열매(獼猴桃)를 먹어야 할 것이다.
체질에 맞는다고 알려진 음식 또는 약물일지라도 한(寒), 열(熱), 허(虛), 실(實)의 상태에 맞지 않으면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고 병이 심해지거나 건강이 약해지게 된다. 체질별 처방 가짓수는 체질별로 수십여 가지로 모두 합치면 수백여 개나 된다.
처방 개수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같은 체질에서도 증상이나 질병에 따라 사용해야 할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질 상태에 맞지 않는 처방은 증상이 심해지게 하고 병을 악화시킨다.
항암 작용의 대표주자라는 마늘은 소음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음인이 설사, 복통이 있을 경우에 바람직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음인이 먹더라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음식 섭취는 체질에 따라서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병증(病證)에 따라서 섭취해야 한다. 한의학의 병증이라는 용어는 내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한(寒), 열(熱), 허(虛), 실(實)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소음인만 하더라도 5가지의 병증이 있다.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이라고 해서 병증을 무시하고 복용하면 안 되는 이유가 병증이 다르면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음식이 내 체질별 병증에 맞는 증거는 소화가 잘 되거나, 식욕이 좋아지거나, 변비가 없어지거나, 설사가 호전되거나, 숙면을 취하게 되는 것 등 이다. 즉 몸의 상태가 좋은 쪽으로 반응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음식은 체질에 따라서 쓰는 것이 아니라 체질별 병증에 따라서 쓰는 것이다. 그래야 현재의 건강도 지키고 미래의 건강도 담보할 수 있다.
* 필자소개 : 원광대학교 전주한방병원 체질의학과 교수, 사상체질의학회 이사, 대한약침학회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