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한(한의사)
사마귀는 어렸을 때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피부질환입니다. 사마귀와 연관된 어원, 유사질환, 치료방법 등의 많은 이야기와 민간요법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 중 잘못 알려진 상식에 대하여 몇 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사마귀바이러스(HPV)에 의한 피부질환인 사마귀는 곤충인 사마귀와 연관되어 치료시 이를 이용하였다고 전해 내려오나 실제는 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마귀’의 어원은 ‘살마귀’가 변해서 ‘사마귀’가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살마귀’는 ‘살’(肌)+ ‘-마귀’(입자나 덩어리를 나타내는 접미사)로 분석이 됩니다. 즉, 살에 생기는 단단한 덩어리, 몽우리를 뜻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마귀라는 말이 들어가는 유사질환으로 ‘물사마귀’와 ‘눈밑물사마귀’가 있으나, 사마귀바이러스에 의한 피부질환인 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먼저 물사마귀는 전염성연속종바이러스에 의한 피부질환으로 2~5세의 아이들에게 흔하게 발생합니다. 물방울모양으로 사마귀처럼 생겼으며 짜보면 물 같은 것이 나온다하여 물사마귀로 불리지만 실제로 사마귀와는 예후나 치료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눈밑물사마귀는 주로 30~40대 이후의 여성에게 흔하게 발생합니다. 피부노화에 의하여 눈 주변의 땀관이 비후(肥厚.살져서 두툼함)되면서 발생하는 한관종을 가리키는데 그 형태가 물사마귀처럼 생겼다 하여 눈밑물사마귀로 불립니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사마귀나 물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피부노화에 의한 질환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긋지긋한 사마귀를 한번이라도 앓아본 사람은 “어미 사마귀가 제거되면 나머지 사마귀는 저절로 낫는다”라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주변에서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물론 제목처럼 단순하게 처음 생긴 어미 사마귀를 잘라낸다고 해서 나머지 사마귀가 저절로 낫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체내에 감염된 사마귀바이러스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며 또한 바이러스질환 특성상 어떤 약물복용이나 외과적인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속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하나의 커다란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즉, “어미 사마귀가 제거되면”의 치료적 방편보다는 “나머지 사마귀는 저절로 낫는다”는 치료기전적인 내용으로, 이는 사마귀바이러스는 체내 면역체계의 작용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마귀는 외과적으로 제거해도 자꾸 재발되며, 어떠한 바이러스치료제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주 골치 아픈 질환입니다. 따라서 사마귀의 치료는 무엇보다도 체내 면역체계의 강화, 그리고 활성화에 주안을 두어야 합니다.
*필자 소개: 삼정한의원 원장, 서울시한의사협회 이사, 대한약침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