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上壽)’는 100세를 이르는 말로 인생을 상, 중, 하로 나눴을 때 최고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이 나이를 하늘이 인간에게 허락한 시간으로 여겼다.   우리 나이로 101세. 상수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있는 한의사가 있다. 그는 1953년 한의사 시험을 통과하고 이듬해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창생당 한의원을 열었다.   그리고 50여년 후 2005년 강남구 대치동의 한의원 골목으로 의원을 이전했다. 개원한 지 57년.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환자를 돌보고 있다. 바로 국내 최고령 현역 한의사 윤성혁 원장이다.   윤 원장은 외출을 할 때도 혼자 택시를 타고 돌아다닐 정도로 정정하다. 8일 특별강연을 위해 ‘제5회 한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성혁 원장을 만났다.     - 아직도 진료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진료 업무가 힘들지는 않나요?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서 산책과 세수를 하고 7시에 아침을 먹습니다. 8시 20분에 출근해서 9시부터 진료를 시작하는데 평일에는 오후 5시까지 진료를 보고,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환자를 봅니다. 대부분 예약을 받아서 진료를 보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또 늘 침을 놓으면서 서성거리니까 그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못하고 집에 있으면 늘 누워있어야만 되고 그래서 건강에 더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일요일 하루 정도 쉬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만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는 공부를 합니다.   - 아직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신 건가요?장님 코끼리 만지기 라는 말이 있지요. 코를 만지면 뱀 같다고 할 것이고, 다리를 만지면 기둥 같다고 할 것이고, 몸을 만지면 벽 같다고 하는 것처럼, 정확히 알려면 많이 힘듭니다.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환자를 접하면 어떻게 하면 잘 완치시킬 수 있을까 궁리하고 탐구합니다.   - 수십 년간 진료를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예전에 위와 간이 좋지 않다고 찾아온 환자가 있었어요. 그래서 다음날 다시 오라고 했는데 한 달을 넘겨서 찾아온 거예요. 병원에 갔더니 위암이라고 했답니다. 수술을 하려고 보니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부분에 암 덩어리가 크게 있었던 겁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고 세 달 정도면 죽는다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를 찾아와서 처방을 내줬는데 환자도 믿지 않았어요. 일단 세 첩만 지어줬는데, 먹은 다음에 차도를 보고 계속해서 약을 지어먹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약을 먹고 병이 호전돼서 검사해 보니까 단단했던 위가 많이 풀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몇 달 후 부산으로 전근을 간다고 들르고는 2년이 지나 다시 저희 의원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자신의 병이 위암이 맞느냐고 묻는 겁니다. 유명한 미국 의사가 있어 갔더니 그 분이 "위암일 리가 없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처음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게 확인해 보자고 해서 전화를 해 보니까 처음 진료를 한 의사가 "그분 아직 살아 계시냐"고 되묻더군요. 아직도 그 분은 잊히지 않습니다.   - 한의사 면허를 받은 1953년엔 44세였는데 어떻게 한의학을 공부하셨나요?1930년 조금 지났을 때였나요. 그때 저는 수의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이 수의사를 하던 친구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고치는 의사를 하자"고 제안을 했지요. 처음에는 의심을 했지만, 면사무소 소재지에서 개업중인 의사를 만나보니 저희들 보다 오히려 더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공부하기에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 길로 친구는 본격적으로 의학을 공부해서 정식 의사가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외할아버지가 한방을 했는데 양방 대신 한의학을 권하셨어요. 그러시면서 저에게 상한론(傷寒論)을 전해 주셨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10년 동안 공부를 해서 한의사가 됐습니다. 그 후에 검정제도가 생겨서 검정시험을 보고 정식으로 면허를 받았습니다.   - 아드님은 양방 의사라고 들었는데요. 슬하에 자녀는 얼마나 두셨습니까?제 고향이 황해도 몽금포입니다. 여기에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아들도 의사고, 사위도 의사입니다. 그리고 북쪽에 두고 온 사람이 있습니다. 북쪽에 아들 둘이 있는데,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올 당시 어머니께 맡겨 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헤어지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옆에 백령도에 잠깐 왔다 간다고 내려왔는데, 그만 다시는 못 만나게 돼버렸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함께 왔어야 했는데….   -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전에 곽기식이라는 분이 잘 아는 목사가 있었어요. 어느 날 목사의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목사의 무남독녀가 교통사고로 그만 다리 하나를 잃었다는 소식이었어요. 그런데 목사가 "하나님, 딸아이의 목숨을 구해주시고 다리 하나도 남겨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드리는 것을 보고는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인간만사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한이 없습니다.   그 다음은 규칙적인 식사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되 음식을 최대한 오래 씹어야 합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생활 습관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렇게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을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간식은 우리 몸의 균형을 깨기 때문입니다. 또 많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건강을 위해 특히 강조할 것이 있다면요?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어혈(瘀血), 담음(痰飮), 식독(食毒), 스트레스 등 4가지가 있습니다.   어혈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이 청혈 작용입니다. 흔히 골수는 피를 만들고 어혈을 청혈하는 것은 간장에서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간이 청혈하지 못하고 1mg이라도 어혈이 생길 경우 시간이 지나면 병이 생기게 됩니다.   다음은 담음입니다. 십병구담(十病九痰), 병은 열인데 아홉은 담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담음은 중요합니다. 우리 몸은 70%가 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고 하루 1mg만 배설하지 못해도 축적이 됩니다. 이것이 쌓이면 병이 됩니다.   또한, 식독도 문제입니다. 매일 식사를 한 후에 배설을 하지 못하면 그것 역시도 결국 병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 역시 독소입니다. 인간은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마음이 기뻐야만 기혈 순환이 잘 됩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으로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인생 행로에서 역경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 역경은 때로는 걸림돌이 될 수도, 디딤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역경을 넘어설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그 역경을 이겨내면 한층 더 큰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직접 진료를 하는데 환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앞으로도 진료를 계속 하실 건가요?항상 환자에게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또 그렇게 이야기하면 환자들도 마음이 편안한지 치료에 만족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제가 쓴 ‘당신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병을 다스리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환자와 만나고 진료할 생각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집에 있으면 오히려 더 건강이 안 좋아지니까요.  
최종편집: 2025-05-01 2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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