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교수(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얼마 전 한 고등학생이 진료실에 왔습니다. 눈과 얼굴 주변 근육이 떨리는 것이 없어지지 않아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눈과 얼굴 주변 근육의 떨림을 안면경련이라고 하는데, 가벼운 경우 제3자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미약하게 나타나지만, 민감한 사람이라면 대인관계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아 치료가 필요합니다.
증세가 심한 경우는 통증과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안면경련의 원인과 일반적인 치료 방법을 소개하고 자가 치료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면경련의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에 11명으로 10대에서부터 80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며, 뇌동맥이 뇌간에서 안면신경이 나오는 부위를 압박하여 나타나는 경우와 같은 기질적 요인을 제외하고 대개의 경우 과로나 스트레스, 영양 부족,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수일에서 수주일 이내에 증상이 자연적으로 소실되지만 수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눈, 입, 광대뼈 주위의 근육이 동시에 강한 경련성 수축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기질적 요인이 원인인 경우 수술법이 사용되기도 하며,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 단순한 휴식만으로도 증상의 완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휴식에 의해서도 완화되지 않는 기능적 원인에 의한 안면경련증도 많이 보게 되며, 실제 아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생각하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한 채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 안면경련은 풍(風)에 의한 병으로 보는데, 여기서 풍은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등을 일으키는 중풍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증상의 양상이 자연계의 바람이 보여주는 현상과 유사한데서 유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인 원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심리적 충격으로 인체의 경락계를 흐르는 기의 순환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나 체력에 비해 일을 많이 하거나 병으로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찬바람을 쬐인 경우 안면경련이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면경련의 치료는 경련을 일으키는 근육 주변의 경락을 자극하여 기운이 잘 소통되도록 돕고, 체력의 약화가 원인이라면 휴식과 보조적인 약물요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자가 치료방법은 전자에 해당되는 방법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근육 주변의 경락을 마사지하는 것입니다.
눈 주변 근육에 발생한 안면경련의 경우, 경련이 발생한 쪽의 눈꼬리가 끝나는 부위, 눈썹의 중간 부위, 눈동자 정중앙에서 아래로 2.5 ㎝ 떨어진 부위에 엄지나 식지를 사용하여 각 혈마다 20~30회 두드려 주거나 경련이 느껴지는 근육을 식지로 경련이 멎을 때까지 지긋이 눌러주면 증상이 빠르게 없어지게 됩니다.
입 주변 근육에 발생한 안면경련의 경우, 윗 입술과 아랫 입술의 정중앙의 위와 아래 부위와 입꼬리 부위, 광대뼈 아래 부위를 손끝으로 두드려 주거나 ‘아’,‘에’,`이`,`오`,`우`라는 단어를 표현할 때처럼 입 모양을 만들고 5초 정도 멈추어 주어 입 주변 경락의 기운 소통을 촉진하고 근육의 스트레칭을 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울러 증상이 있는 경우 안면부 전체를 따뜻하게 하여 근육의 과긴장 상태를 해소시켜주도록 해야 합니다.
안면경련은 신체 건강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질병은 아니지만,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오늘 말씀드린 자가 치료방법을 적용하여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증상이 점차 넓은 범위로 확대되고 마비가 동반되는 경우 안면신경의 압박과 관련이 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필자 소개: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의무이사, 재활의학회 섭외이사. 저서로는 `한방재활의학`(2005), `정형추나의학`(200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