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이 처음부터 북악산이 아니라는 사실은 정상에 오르면 확인 할 수 있다. 원래 이름은 `백악산`(白岳山)이다. 해발 342m로 그렇게 높지 않은데도 큰 산에 쓰는 ‘악(岳)’자를 붙인 이유는 바로 경복궁을 끌어안은 주산이기 때문이다.   백악마루에서 조금 내려가 백악 쉼터에 서면 인왕산의 기차바위와 치마바위가 한껏 크게 보인다. 치마바위는 이름 그대로 고운 주름치마를 닮았다.   사실 치마의 주름이 생긴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온갖 선전문구들을 인왕산 바위에 새겨넣었는데 해방 후 정으로 이 문구들을 쪼아 없애고 보니 없던 주름이 생겨버린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길은 한결 수월해진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반면 창의문(①)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있다. 엇갈려 지나가는 둘레꾼들이 간간이 응원을 해 주지만 그 소리가 귀에 들어갈 지는 모르겠다.     때로 사람들이 "다 왔느냐"고 묻는데 솔직히 “지금 부터가 시작입니다. 지치면 안 됩니다”하고 말하면 얼굴에 실망한 빛이 역력하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바쁘게 인사를 건네다 보면 어느덧 창의문(①)에 다다르게 된다. 창의문은 원래 이름보단 계곡의 이름을 딴 자하문(紫霞門)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문의 맨 위인 월단에 ‘봉황’도 아닌 ‘닭’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창의문은 인왕산을 향해 곧게 문이 나있는데 인왕산의 길들이 구불구불 한 것이 마치 지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성문 안으로 들어오는 형상이다. 때문에 창의문에는 지네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는 닭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북악산 성곽길을 내려와서 바로 길을 건너면 인왕산 성곽길을 갈 수도 있고 잠시 그 곳에서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길이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성곽 아래로 걷기의 새로운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부암동 골목길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낮은 지붕과 낡고 허름한 간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곽길을 내려와 길을 건너면 바로 부암동길에 들어설 수 있다. 길의 입구에는 이제는 유명해져버린 ‘자하 손만두’집이 있다.   출출한 시간이라면 이 곳에서 허기를 달래는 것도 좋다. 더 걸을 여력이 있다면 인왕산으로 이어진 서울 성곽길 위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먼저 보이는 곳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고 이름 붙여진 청운공원이다.     학창시절 윤동주 시인이 자주 올라 답답함을 달래던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길을 내려와  다시 길을 건너면 환기미술관으로 가는 좁은 골목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산모퉁이 카페’가 보인다. 다시 그 길을 따라 간다면 서울 시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호젓한 산길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백사실 계곡이다.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인 오성 이항복의 별장터인 백사실이 있기도 한 이곳은 여름이면 아이들의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되어주는 곳이다. 조용하게 꼬불꼬불 이어진 숲길은 잠시나마 번잡함을 잊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최종편집: 2025-07-05 00: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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