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의 교수(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급격히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 이 때 몸을 잘 만들어 놓으면 겨울까지 별 고생이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을에 힘이 들고 이어서 겨울까지 고생이다.
즉 `내 몸 안의 에너지`가 있다면 내 몸 밖의 환경이 아무리 거칠고 심지어 나쁜 기운이 들어와도 이겨낼 `힘`이 있다. 그런 내 몸 안의 힘이 없다면 감기에 걸려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질질 끌려 다니게 된다.
그래서 흔히 가을을 보약 먹는 계절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몸을 보하는 것에는 보약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는 여러 가지 치료수단이 있지만, 침과 더불어 중요한 치료수단이 뜸이다. 뜸은 약물을 피부의 특정 부위에서 태우거나, 태운 김을 쏘여 온열(溫熱) 자극을 줌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뜸을 뜨는 주재료인 쑥은 양기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인 단오(음력 5월 5일)이전에 채취하여 건조 후 잎만 따서 결백한 것만 취해 불에 볶아 습기를 날려 사용한다.
뜸과 침의 가장 다른 점은, 침이 기운의 조절과 균형에 중점을 둔 치료인데 비해 뜸은 침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인체의 양기를 더해주는 보법(補法)의 역할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보법(補法)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우리 몸에 기운을 더해주고 도와준다는 말이다.
즉, 체력의 저하로 인해 피로한 우리 몸을 보강해주는 작용으로 우리 몸에서 병을 일으키는 일체의 원인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몸의 생명력을 생기(生氣)라고 하는데 생명력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도와주는 역할을 통하여 질병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는 작용이 뜸 요법의 가장 핵심이다.
인체의 전반적인 기운의 흐름을 촉진시켜주고 생명력을 도와주는 역할은, 인체의 전면부인 위완 부위와 하단전과 인체의 후면부인 등 쪽의 배수혈을 자극하여 주로 이루어진다. 병이 있는 부위에 직접 뜸을 시술하는 것은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을 한다. 하단전이나 등 쪽의 배수혈은 인체의 전반적인 기능 전체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각 경락의 기혈 순환을 도와주고 정기를 북돋아주며 내장기능을 튼튼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로인해 면역력도 높아지고 피로도 줄어들게 된다.
하단전은 여자에게 있어서는 자궁과 신장, 방광이 위치한 부위라 여러 가지 부인병과 요실금에도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고, 한(寒)하기가 쉬운 여성 질환에 효과가 좋다. 남자에게는 정력의 증진과 전립선질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육체적 효과 이외에도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가슴속에 맺힌 울화도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 뜸은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우수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앞서와 같이 보기(補氣)의 목적으로 왕뜸(30분~1시간 소요)을 이용하거나 뜸에 약물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며, 통증질환이나 특정 부위의 병소를 제거하고 침의 효능을 강화시키는 목적으로 쓰일 때는 작은 크기의 뜸을 직접 경혈에 부착하기도 하며, 뜸과 피부 사이에 마늘 및 생강 절편 등의 약재를 놓아 질병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진단에 따라 사용방법도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뜸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을 치료해온 도구로, 그 만큼 생활 깊숙이 침투하여 매우 친숙하고 접근하기 편한 치료 방법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너무 친숙하고 쉽게 생각한 나머지, 부적절하게 활용되는 사례가 많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의료 혜택이 부족한 시절에 의료적 접근성과 생활 수단의 궁핍함 때문에, 민간요법적인 차원에서 활용되어 하나의 의료 부족을 대신한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환자 상태의 생리적, 병리적 특성과 특수한 병증 또는 부위에 따라 뜸 시술을 금기해야하는 경우가 있으며 시술자의 부주의에 의해 국소 부위 화상, 접촉성 피부염, 불안, 심계항진, 미열, 상지마비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지시에 따라 시술돼야 부작용이 없다.
뜸이 좋은 치료수단이기는 하지만 병을 치료하는 방법 중의 하나에 해당하고 병은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 하에 치료 방법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자가적인 뜸 치료나 무자격자에 의한 뜸 치료는 피하기를 바란다.
뜸이나 침 시술은 고가의 치료도 아니며 건강보험 가입자는 저렴한 본인부담금으로 한의사의 진단과 상담을 거쳐 시술을 받을 수 있으므로 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독자는 한의원을 찾는 것이 치료와 함께 위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과 질병 사이, 즉 아건강(亞健康) 상태에서 질병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가장 쉽게, 가장 효율적으로 막아 줄 수 있는 뜸 시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봄이 어떨까.
* 필자소개: 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자,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침구과 진료교수, 대한 침구학회 교육이사, 대한약침학회 학술이사,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위원장. 저서로는 침구학(200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