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의 이미지 때문인지 남한산성을 조선시대에 축성한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성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백제의 시조인 온조의 왕성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 문무왕이 한산주에 쌓은 ‘주장성’이라는 기록도 있다. .   토성이었던 남한산성이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 한 것은 임진왜란이 계기가 되었다.   1592년부터 7년여 동안 계속된 전쟁에 대한 때늦은 반성과 무섭게 세력을 확장해가는 청나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인조 4년인 1626년부터 2년간 대대적인 성벽 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현재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복원사업의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워낙 많은 문화재가 있는 까닭에 남한산성은 트레킹과 문화 역사 탐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더불어 뛰어난 생태환경은 걷기의 즐거움을 한층 더한다. 길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무난하고 쉬운 편이다.     초행인 경우 주차장에 내려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할 수 있지만 사실 어디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대부분의 경우 남문(지화문)에서 시작해 산성을 한바퀴 돌아 다시 남문으로 들어오는 코스를 선택한다.   남문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인 수어장대와 서문 쪽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호젓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남한산성의 상징과도 같은 ‘수어장대(守禦將臺)’에 도착했다.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을 위해 지은 누각으로 남한산성에 있던 5개의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다.       수어장대 오른쪽에는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을 보관하는 보호각이 있다. 이 편액은 원래 수어장대의 2층 내부에 있던 것으로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겪은 시련과, 끝내 북벌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한 효종의 원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영조가 이름 지은 것이다.       그 앞으로는 남한산성의 동남쪽 축성의 책임자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이회 장군의 설화가 있는 매바위가 보이고, 수어장대의 왼편으로는 장군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지은 사당인 청량당이 있다. 남한산성은, 워낙 유명해서 본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원래 ‘청량산’으로 불렸다.     수어장대를 나와 서문과 북문을 지나 개원사(開元寺)로 향했다. 남한산성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바로 승려에게 남한산성의 보수와 방어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남한산성의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대부들은 인조에게 성곽의 보수를 주청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어지럽혀진 민심 때문에 농민들을 동원하자고 하기에는 그들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컸다. 그런 그들에게 승려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부담을 덜고 국방강화라는 명분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개원사는 이렇게 남한산성의 보수 및 방어의 역할이 승려에게 주어진 것을 계기로 1624년에 창건되었다. 이후 전국사원들의 승풍을 규찰하는 규정소가 설치되어 명실상부한 조선 불교의 총본산 역할을 담당했다.   1894년 갑오경장으로 의승방번제가 폐지될 때까지 번창했으며 1907년 일제에 의해 소실되고 1976년 새로 지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개원사를 나와 지수당을 거쳐 좌익문(동문)으로 향했다.     동문~남문 구간은 아직 보수공사가 한창이어서 얼마간은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 구간은 굳이 등산로가 아니어도 경사가 꽤 있는 구간이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제 2남옹성을 통해 외곽으로 나왔다.     성곽의 바깥쪽은 조용한 산길이다. 호젓한 오솔길에 동고비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오르막을 오르느라 지치고 힘들었던 몸이 다시 상쾌해지는 것을 느낀다. 약간 가파른 산길을 넘으면 다시 남문과 마주친다.     남한산성길은 같은 코스라도 성벽 안쪽으로 도는 길과 바깥으로 도는 길이 있어, 순간 순간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바깥쪽으로 도는 코스는 경사가 있는 구간이 많다. 길의 분위기 역시 안쪽과 바깥쪽은 차이를 보인다.     난이도와 상관없이, 한적하고 조용한 길을 원한다면 성의 외곽을 도는 것이 좋고, 시원한 경관을 원한다면 성곽 안쪽의 벽을 따라 걸으면 된다. 편안한 산책을 원한다면 가장 안쪽으로 난 길을 택하면 된다.   문화재를 하나씩 찾아가며 걷는 것도 즐겁지만 무작정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잘 보존된 숲은 그곳에 선 사람들에게 고요한 평화를 선사한다. 때문에 무슨 목적으로 걸었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경험을 안겨준다. 글 유정우 기자 spica@watcherdaily.com  사진 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최종편집: 2025-07-05 00: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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