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는 원래 조용한 도시였다. 이 도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초 일산 신도시가 생기면서다. 이 시기 고양시는 일산을 비롯해 중산, 탄현, 성사, 화정, 능곡, 행신 지구 등 대규모 개발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도시에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조용한 전원지역에 불과했던 이곳은 십수년 사이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도시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이 도시를 그냥 서울의 수많은 위성도시 가운데 하나쯤으로 여겼다. 대규모의 개발은 아파트와 콘크리트 덩어리 밑으로 문화와 자연의 역사까지 묻어버린 듯 보였다.     오랜 역사와 문화가 그렇게 잊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지운다고 한순간 지워지는 것이던가. 그 도시의 숨은 모습을 드러나게 한 것은 바로 ‘걷기’였다. 최근의 걷기 열풍은 색다를 것 없어 보이던 이 신도시에서 ‘문화와 역사’라는 잊힌 줄만 알았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땅을 일구는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때문에 예전의 농촌 풍경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모조리 사라진 것 같았던 논과 밭이 있었고 낮은 산과 구릉들도 있었다. 그것도 도심과 아주 가까이에서 말이다.     원당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쪽으로 농협이 보이고 그 앞으로 식당이 보인다. 바로 그 식당 옆으로 난 길이 서삼릉으로 향하는 누리길의 출발점이다. 주변에 누리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어 당황할 수 있다. 그때는 ‘배다리술박물관’의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길에 들어서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로와 철길 옆으로 논밭이 보인다. 얼마간 걷다보면 다시 큰 도로가 나오는데 그 지점에 ‘배다리술박물관’이 있다. 배다리술박물관은 1915년부터 술을 만들어 온 배다리 술도가에서 지난 2004년 전통술의 맥을 잇기 위해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전통술과 관련한 각종 도구와 유물은 물론 전통 술 제조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실 한편에 박정희 전(前)대통령의 마네킹이 ‘실비옥’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전시되어있다.   배다리 술도가와 박 전대통령간의 인연 때문이다. 배다리 막걸리는 박 전대통령이 1966년 실비옥에서 마셨던 것을 계기로 14년간 대통령 전용 막걸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 골프장 옆 숲길로 들어섰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논길이 펼쳐진다. 논길 저 끝으로 보이는 곳이 ‘수역이마을’로 이곳 사람들은 ‘쐐기말’이라고 부른다. 원래 조용한 농촌마을 이었지만 몇 년부터 주꾸미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먹거리촌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수역이 마을을 지나 골프장 옆길을 따라 서삼릉으로 향했다. 작은 구릉을 넘어 가면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수련원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서삼릉에 도착한다.     서삼릉은 조선 제11대 중종(中宗)의 계비(繼妃) 장경왕후(章敬王后) 윤씨의 능인 희릉(禧陵)과 제12대 인종(仁宗)과 그의 비인 인성왕후(仁聖王后) 박씨의 효릉(孝陵), 그리고 제 25대 철종(哲宗)과 그의 비 철인왕후(哲仁王后) 김씨의 능인 예릉(睿陵)을 말한다.   이밖에도 사도세자(思悼世子)의 큰아들 의소세손(懿昭世孫)의 묘인 의령원(懿寧園)과 정조(正祖)의 아들 문효세자(文孝世子)의 묘인 효창원(孝昌園), 그리고 인조(仁祖)의 맏아들 소현세자(昭顯世子)의 묘인 소경원(昭慶園)이 있다.   현재 다른 곳은 볼 수 있지만 효릉(孝陵)과 소경원(昭慶園)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삼릉의 바로 옆에는 원당 경주마목장이 있다. 넓게 펼쳐진 초원에 말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탐방로를 잘 정비해 놓았는데 탁 트인 초원을 보며 걷다보면 저절로 가슴이 시원해진다.   서삼릉을 나와 농협대학을 지나 삼송역으로 향했다. 농협대학을 지나 얼마간 걸으면 큰길과 만나는데 여기서부터는 현재 뉴타운 조성공사가 한창이어서 높게 드리워진 가림막을 따라가야 한다. 인도도 좁고 공사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기 때문에 안전에도 신경써야 한다.     고양 누리길은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산이 아닌 탓에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다만 아직 걷기 길 조성에 준비가 부족했던지 일부 구간은 표지판 이외의 길 안내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초행인 사람들은 코스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글 유정우 기자 spica@watcherdaily.com  사진 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최종편집: 2025-07-05 00: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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