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서 한강을 건너 이수나루를 지나면 마주하는 것이 바로 관악산(冠岳山, 해발 629m)과 우면산(牛眠山, 해발 293m)이다.   관악산은 경기 5악(岳) 가운데 하나로 산세가 크고 험하다. 그 관악산의 동쪽으로 뻗은 자락에 `소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자리 잡은 야트막한 산이 바로 우면산이다.     관악산과 우면산은 서울과 경기를 나누고, 다시 관악산과 우면산을 ‘남태령(南泰嶺)’길이 가른다. 남태령의 또 다른 이름은 ‘여우고개’다. 숲이 울창해 날짐승과 들짐승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서도 여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여우고개가 남태령이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정조때다.   효심이 지극했던 정조가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의 성묫길에 이 고개에서 쉬면서 고개의 이름을 물었다고 한다. 그때 과천현의 이방 변씨가 ‘여우고개’라는 이름을 말하기 민망해 한양에서 삼남으로 통하는 첫 번째 큰 고개라는 뜻으로 “남태령”이라고 대답해 그때부터 그리 불리게됐다.   여우고개 말고도 산적이 많아 고개를 넘는 일행 쉰 명이 모여 관군의 호위를 받으며 넘었다고 해서 ‘쉰네미고개’라고도 불린다.     선바위역(지하철 4호선)을 출발점으로 걷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태령을 넘어가는 옛길이 아직도 온전히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남태령의 옛길은 극히 일부분만이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에 신작로를 내면서 사당동 방향으로의 옛길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입구에 보이는 ‘남태령옛길’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얼마간 걸으면 ‘과천루(果川樓)’가 나온다. 과천 8경중 제 5경인 남령망루(南嶺望樓)는 남태령 망루에서 바라본 과천을 말한다. 과천루에 올라 과천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관리 차원에서인지, 훼손된 탓인지 망루의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남태령 옛길은 여기서 끝이 난다. 걸어보면 알겠지만 남아있는 옛길이라는 구간은 정말 짧아 허탈하고 허망하다. 허망함을 뒤로 하고 우면산으로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을 착각에 빠뜨린 길이다. 남태령 옛길과 이어진 탓에 그렇게 여기기 쉽다.   우면산은 갓바위가 있는 산이라 하여 `관암산`, 산이 도마와 같다고 하여 `도마산`, 옛날에 활을 쏘던 사정(射亭)이 있던 곳으로 `사정산`, 수정이 채굴되었다 하여 `수정봉`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용히 잠을 자는 황소의 등에 올라탔다.     주로 참나무 수종이 많은 탓에 겨울의 우면산은 조금은 황량해 보인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 이어진 길은 단조롭지 않고 정돈된 흙길은 편안하다.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산답게 생태적으로 건강한 모습이다. 혹자는 남태령 인근에서 여우를 봤다고 하고, 혹자는 숲길에서 너구리나 토끼를 봤다고도 한다. 하지만 겨울 산에서 그런 큰 야생 동물을 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만 조용히 걷다보면 자연스레 마주치는 산짐승들은 있기 마련이다.     일행이 있다면 잠시 대화를 멈추고 조용히 귀를 기울여보자. 마른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낮게 삑삑 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산새들이다.   박새나 동고비와 같은 새들은 낮은 덤불 사이를 부지런히 드나들고 산비둘기나 어치들은 바닥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나 도토리를 찾아 부지런히 낙엽을 뒤진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은 딱따구리의 ‘따다다닥’ 쪼는 소리가 조용한 숲의 적막을 깨기도 한다.     우면산에서 새들 만큼이나 자주 마주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약수터’다. 불가(佛家)에서는 산에서 나는 이 약수를 불유(佛乳)라고 했던가? 성산, 성불암, 유점사, 덕우암, 태극, 범바위, 산골약수터 등 20여개의 약수터가 300~400m 간격으로 이어진다.     약수터를 지나다보면 어느새 소망탑이 있는 우면산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서울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잠시 이곳에서 한 숨을 돌린 후, 올랐던 반대편으로 내려와 우면동 자연생태공원과 EBS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와 건널목을 건너면 양재천에 도착한다.     양재천(良才川).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뜻을 가진 마을인 양재동 앞을 흐르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 이름은 공수천(公需川:또는 公須川) ·학탄(鶴灘:학여울)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던 중, 한 마리가 임신한 여자를 보고 놀라 땅으로 떨어져 죽었는데 양재천은 그 흔적이라고 한다.   원래 양재천은 한강으로 직접 흘러들었으나, 1970년대 초 수로변경 공사에 의해 탄천의 지류로 수계가 바뀌었다.    그 양재천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구룡산이 보인다. 나머지 승천한 아홉 마리의 용이 지나간 흔적이라고 한다. 전설의 흔적들은 간데없고 지금은 대한민국 부자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타워팰리스 아파트와 현대의 행정, 자본, 복지가 모두 비켜나간 듯 보이는 구룡마을이 하천을 사이에 두고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양재천은 그 구룡마을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 삼성역(지하철 2호선) 부근에서 탄천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글 유정우 기자 spica@watcherdaily.com  사진 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최종편집: 2025-05-02 07: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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