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해발 618m)은 서울, 성남, 과천, 의왕시에 걸쳐 있는 산이다. 능선은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고 사방이 비교적 완경사다. 산세가 수려하고 500m에 달하는 계곡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수림으로 경치가 뛰어나다.   능선의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서쪽에는 서울대공원이, 북서쪽에는 한국마사회 경마장이 있다. 또 사람들이 많이 찾아도 산세가 커서 한적한 계곡과 등산로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인접한 시에서 편하게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때문에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산이다.     청계산은 원래 ‘청룡산’으로 불렸다. 청룡산의 유래는 과천 관아의 진산을 관악산으로 볼 때 관아의 왼편에 산이 있어 마치 풍수지리의 ‘좌청룡’ 형국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이와 관련해 청룡이 산허리를 뚫고 승천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청계산에는 고려말, 조선 건국에 얽힌 숨은 이야기가 많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 왕조를 세우자 이에 분개한 정공산, 이색, 조견, 변계량 등 우국절사들이 청계사와 망경대, 금정수에 숨어들어 고려의 국권회복을 꾀했던 곳이다.   청룡산이라는 명칭은 고려말 삼은(三隱) 가운데 하나였던 목은(牧隱) 이색의 시에서 볼 수 있다. 청계산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사랑을 찾아 과감히 동물원 울타리를 넘은 말레이곰 ‘꼬마’로 더욱 유명해졌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청계산의 서쪽 방향을 코스로 택했다. 인덕원역 2번 출구에서 10-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청계사 종점이라고 불리는 주차장이다. 버스정류장 때문에 청계사가 코앞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 까지는 상당히 걸어야 한다.     청계천 계곡을 따라 청계사까지 이어진 숲길은 조용하고 경사도 완만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 청계사 입구에는 조견과 망경대에 대한 안내판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견(趙狷)은 조선이 건국되자 청계산에 들어와 끝내 새 왕조와 타협하지 않았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조견의 증조부인 조인규는 청계사를 중창한 인물로, 청계산과 조씨 집안은 이래저래 인연이 깊다.     안내판을 일별하고 청계사에 올랐다. 청계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연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 조인규에 의해 중건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쇠붙이 공출로 수탈될 뻔했으나 서울 봉은사에 감추어 두었다가 다시 찾았다는 동종이 있다.       청계사에서 점심 공양을 한 후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매봉으로 향했다.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능선으로 올라서기까지 약 40분가량은 경사가 제법 있다. 하지만 일단 능선으로 올라서면 길은 오르락내리락 굽이굽이 이어져 걷기에 좋다.     흥미로운 점은 능선을 중심으로 청계사 쪽으로는 리기다소나무가 주종인 침엽수림이고 서울대공원 방향으로는 참나무류가 많은 활엽수림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능선 가까이는 잎이 떨어져 조금은 황량해 보이는 길이 나오고 조금 내려서서 걸으면 호젓한 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능선에서 매봉을 지나 서울대공원까지 특별한 표지판은 없지만 ‘꼬마’가 넘었을 서울대공원 울타리를 따라간다면 길을 잃지는 않는다.   사실 이 길은 겨울보다는 초여름이 더 어울리는 길이다. 길게 늘어선 소나무 숲길과 참나무류가 한창 녹음(綠陰)을 뽐낸다면 더욱 상쾌했을 능선을 따라 난 길은, 걷는 사람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길의 끝에서 만나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공원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글 유정우 기자 spica@watcherdaily.com  사진 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최종편집: 2025-05-02 07: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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